금융당국의 고강도 징계와 이에 따른 경영 공백 가능성, 내부 갈등, 그리고 건전성 악화 등 온갖 악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동부그룹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동부제철에 대한 채권단 자율협약을 합의한 가운데 동부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제조업 계열사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동부그룹의 계열사별 차입금 규모는 동부제철이 2조3000억원으로 가장 많다. 이밖에 동부하이텍 6600억원, 동부건설 6500억원, 팜한농 6400억원, 동부메탈 4700억원, 동부CNI 2560억원, 동부대우전자 1750억원 등이다.
만약 동부그룹의 전 제조업 계열사에 대해 자율협약이 추진될 경우 금융권은 충당금 폭탄을 피할 수 없다. 모든 계열사가 자율협약에 들어간다면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최고 19%의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이 경우 채권단 손실액은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칫 동부그룹 리스크가 '제2의 STX 사태'로 확대된다면 금융권의 건전성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지난 1분기 시중은행들의 대손충당금은 2조원에 육박했다. 산업은행의 경우 STX그룹 계열사들의 경영난으로 지난해 약 1조447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을 정도다. 한 은행 관계자는 "올해에도 은행의 수익성은 충당금 규모에 좌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건전성만이 문제가 아니다. 당장 금융감독원의 대규모 징계가 예정된 금융사들은 어느 때보다 뒤숭숭하다.
지난 26일 15개 금융사 및 임직원 200여명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하기 위해 열린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한 징계수위 결정은 다음 달로 연기됐다.
고객정보 유출에 연루된 카드사들에 대한 제재 안건은 상정 조차 못했다. 올 하반기 중징계를 받는 최고경영자 및 임원들이 많을 경우 해당 금융사에 경영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예상치 못했던 '인사 태풍'이 몰아칠 공산도 큰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경영진과 노동조합과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는 곳도 있다. 최근 일부 금융사에선 이른바 '배지 투쟁'까지 펼쳐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 4월 '신뢰받고 앞서가는 글로벌 금융그룹'이란 슬로건을 형상화 한 배지를 제작, 전 계열사 임직원들에게 부착할 것을 적극 권장했다. 하지만 외환은행 노조는 "감성통합을 내세워 외환은행의 정체성을 희석하려는 시도"라고 반발하며 배지를 수거했다.
국민은행 노조는 주 전산기 교체 과정에서 불거진 내부갈등의 원인으로 낙하산 인사를 꼽고, 'KB 내가 지킨다'란 문구가 새겨진 배지를 자체 제작해 각 부서와 영업점에 배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