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흘러 들어간 피난지 부산에서의 삶은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한국현대미술사에 큰 족적을 남긴 박수근, 이중섭, 장욱진과 같은 화가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들은 미군부대 앞에서 초상을 그려주거나 허드렛일을 하며 생을 이어나갔다. 대한경질도기주식회사에서 장식접시에 그림을 그리는 일도 했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서도 부산의 광복동 다방거리에서는 크고 작은 전시회가 끊이지 않았다. 저자는 "이러한 사실들이 바로 우리 화가들의 끈질긴 생의 의지와 예술에 대한 저력을 목격할 수 있는 사례"라며 혼돈의 시대를 오롯이 살아낸 한국 화가들의 삶을 소개한다.
"화가들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라도 '조선미술가동맹'에 가입해야 했다. 이들은 주로 피난을 가지 못한 잔류파 화가들로 김환기와 박고석 그리고 유영국, 장욱진, 고희동, 이상범, 장우성, 이유태 조각가 김종영, 김경승, 비평가로 활동한 김병기 등이다. 이 중 일부는 서울 명동의 마루젠 백화점 1층에서 주먹밥을 먹어가며 김일성 초상화를 그리는 등의 선전화 제작에 동원되었고 일부는 '조선직업동맹 전국평의회문화사업부'에서 미제구축궐기대회와 선무공작을 위한 포스터와 전단을 대량으로 제작,배포하는 일을 해야 했다.(/ p.20)
종군 화가단의 활약과 그들이 남긴 작품, 월북 화가들의 행적까지 수록하여 '잃어버린 우리 화가들'에 대한 정보도 전해준다.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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