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 신세 전락한 동부제철 인천공장 산은이 떠안나

2014-06-25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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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부제철 인천공장 전경


아주경제 양성모·문지훈 기자 = “혹 떼려다 되레 혹을 붙인 꼴이 됐다” 한 철강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동부제철 인천공장(동부인천스틸) 매각이 불발되면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국내 철강기업들은 물론 관심을 갖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던 중국 업체 마저도 인수에 관심이 없던 것으로 나타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떠안고가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지난 24일 산업은행으로부터 제의받은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 당진 발전을 패키지로 인수하는 방안에 대해 ‘인수 포기’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유는 포스코가 감당해야 할 재무적 부담에 비해 향후 사업성이나 그룹 전체에 미치는 시너지가 크지 않아서다.

채권단의 떠넘기기가 실패로 돌아가자 1조2000억원짜리(동부그룹 추정치) 회사는 졸지에 ‘고아신세’로 전락하게 됐다. 잠재적 매수 후보였던 중국 철강업체들도 별다른 관심을 나타내지 않은데다 국내 철강업체들도 인수를 할 만한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올해 1월부터 직·간접적으로 동부제철 인천공장에 대한 잠재 매수자를 접촉했으나 매수의향자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해외 투자은행(IB)를 통해 중국 철강업체의 인수의사를 타진한 결과 관심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채권단은 동부제철 인천공장 매각에 대한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류희경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동부발전당진의 경우 여러 곳에서 이야기하는 곳이 있어 매각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동부제철 인천공장의 경우 현재까지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조금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동부제철 인천공장 매각이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채권단은 자율협약 체결로 방향을 선회했다. 또 이들 매물들을 패키지에서 개별매각으로 전환해 공개 경쟁입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자율협약이란 채권단이 채무재조정이나 감자 등을 통해 부실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동부제철은 2조6000억원 정도의 부채를 안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금융권은 동부제철 인천공장에 대한 빠른 매각을 위해 산업은행이 자금 지원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는 눈치다. 금융권 관계자는 “처음 패키지딜 자체도 산은에서 70~80%를 사모펀드(PE)에 담는다는 안이 있었던 만큼 매각에 있어 파이낸싱 서포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글로벌 철강업황이 상당히 위축된데다 동부제철 인천공장의 주력 상품인 컬러강판이 중국산에 밀려 제값을 받지 못하는 실정인 만큼 지원에 나선다 해도 매각작업은 더욱 더뎌질 전망이다. 과연 동부그룹이 그 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 여부도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유니온스틸 정도가 매수한다면 어느정도 시너지는 나올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유니온스틸의 경영상황도 썩 좋은 편이 아닌 만큼 국내 기업중에는 동부제철 인천공장을 사들일만한 곳이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최악의 경우 정리매매에 나선다 해도 다량의 실업자 양산으로 인한 여론의 뭇매가 불 보듯 뻔한 상황인 만큼 산은이 동부제철 인천공장을 끌어안는 수 밖에 없다는 말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결국 산업은행이 안고가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산업은행이 끌어안은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경쟁력이 있었지만 이번 동부제철 인천공장은 그마저도 없다. 동부제철 인천공장은 중국산 열연제품을 써야 적자를 면하는 수준인 만큼 산은측 입장에서도 난감한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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