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적 동의는 무시된 채 수입조원의 혈세가 투입된 4대강 사업에 활짝 갠 하늘 표정으로 유유히 자전거를 타던 군주와 뭐가 다른가. ‘자연에 대한 강간’이라고 불리는 4대강 사업 공범인 건설사들이 수백억 원의 담합 제재로 아우성치자, 경쟁당국 수장도 나 몰라라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불공정을 단죄하는 장관이 건설업계의 애로 사항을 들어주는 건 별다른 문젠 아니다. 규제의 주체가 규제 대상의 애로사항에 대해 듣는 것은 업무 관장 능력에 나무가 아닌 숲을 볼 수 있는 지혜를 불러온다.
이번 만남도 건설업계 달래기보단 '자중 자세로 임해도 국민들이 납득하기 힘들다'며 '담합하지 말라'는 강한 쇄신을 주문하던 자리다. 건설경기의 어려움은 이해하나 과징금 감면도 없고 담합 적발도 엄격하겠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다.
공정위 고시에는 법 위반이 큰 담합 주체에 대해 입찰참가제한을 조달청에 요청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 소관인 국가계약법령은 담합 기업 ‘모두의 처벌’이다.
때문에 죄질이 나쁜 기업만 공정위가 요청해도 조달청은 이를 묵시, 국가계약법령에 따라 낙찰자·들러리 등 모두 제한하면서 담합에 따라갈 수밖에 없던 나머지 들러리들도 이중고에 놓인 겪이다.
입찰참가가 제한된 국내업체는 해외발주처로부터 신용상 해외수주 제외 등 진출에 난항을 겪는다. 이날 ‘검토요청’ 발언도 내막을 알고보면 정부 각료로써 등하시할 수 없는 충분히 공감가는 얘기다.
검토가 아닌 검토 ‘요청’을 언급한 것도 국가계약법령상 입찰참가제한을 공정위가 손댈 수 있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부정당은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의 발언을 문제 삼아 해임촉구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방향을 잘 못 짚었다. 사실 해임촉구를 받을 곳은 국토교통부다.
국가계약법령상 입찰참가제한에 대한 일부 문제를 간파하고 적극적으로 기재부와 조달청에 관철시키는 등 건설업계의 이중 규제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국토부가 했어야한다.
입찰담합에 처벌 받은 건설사가 국가계약법령상 2년 이하 입찰참가제한에 모두 들어가는 것은 국토부가 기재부에 건의해 국계법 시행령 76조1항을 개정하도록 독려했어야한다.
공정위는 현행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등의 규정에 위반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입찰참가자격제한 요청이 있는 자’에 따라 담합 업체 중 죄질이 나쁜 건설사를 조달청에 요청, 입찰제한하면 될 일이다.
국토부 장관이 건설업계 대표들과 만나 이러한 논의를 나누고 발언할 대목을 어쩌다 경쟁당국 수장의 몫으로 돌아갔을까. 결국 친가엔 말하지 않고 계모가 나선 모양새가 부적절한 꼴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