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트로트의 연인' 김법래 "뮤지컬, 한계가 오기 시작했다"

2014-06-23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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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무대에서 안방극장으로 무대를 옮긴 김법래[사진제공=하늘구름엔터테인먼트]

아주경제 이예지 기자 = 김.법.래. 뮤지컬 '잭 더 리퍼', '삼총사', '보니 앤 클라이드' 같은 대형 뮤지컬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그 이름 석 자만으로도 존재감이 묵직하다.

경희대학교에서 성악을 전공한 김법래(45)가 뮤지컬 무대에 서게 된 것은 운명과도 같았다. 우연히 입단한 서울예술단에서 연기를 배웠고, 1995년 음악극 '살짜기 옵서예'를 통해 뮤지컬 대상 남우주연상까지 받으며 단숨에 떠오르는 신성이 됐다. 화려하고 웅장한 무대에서 노래하고 춤추고 연기한 지 어언 20년.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걸어온 김법래는 깊은 고민에 짙은 한숨을 내쉬기도 했고, 좌절의 쓴맛을 본 적도 있었다. 속칭 '짬 찌글한' 신인 배우가 주연을 맡는다 하니 질투 어린 시선도 많았고, 때문에 잠시 무대를 내려왔어야 했던 기억도 있다. 그렇다. 김법래는 지난 20년 동안 희로애락을 오가며 그렇게 성장해 왔다.

"너는 아직 주인공을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선배의 따끔할 질책이 그를 더욱 단단하게 했다.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대형 신인이었지만 연습실 청소부터 다시 시작했다. 서서히 빠져든 뮤지컬의 매력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졌고, 밤낮 없는 연습 끝에 다시 주인공 역할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 "아이돌 티켓파워, 불만은 없다"

최근 드라마나 영화에 아이돌 그룹 멤버의 등장은 빈번하다. '발연기' 꼬리표를 떼고 어엿한 배우로 성장한 멤버도 있고, 첫 연기 도전에도 불구하고 호평을 이끌어낸 멤버도 있다. 그리고 연기력을 인정받은 아이돌 멤버는 서서히 뮤지컬 무대로 시선과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김법래는 아이돌 멤버와 호흡을 많이 맞췄다. '삼총사'에서는 박형식(제국의 아이들), 성민(슈퍼주니어), 키(샤이니)와 '잭 더 리퍼'에서는 이창민(2AM), 정동하와 호흡을 맞췄고, '보니 앤 클라이드'에서는 가희와 함께 연기하고 있다.

아이돌 멤버들의 영역이 커지면서 좁아지는 전문 뮤지컬 배우의 입지에 불안감이 있지만 불만은 없다. 그들의 연습량과 고충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봤기 때문에 오히려 격려와 응원이 먼저다.

"얼마나 많은 연습을 하는지 너무 잘 알아요. 조금 부족한 친구들도 혹독하게 훈련 받으면서 결국에는 해내더라고요. 가희 씨도 정말 노력파예요. 지금은 무대에서 인정받잖아요. 그들의 열정과 노력은 박수 쳐 줄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아쉬운 점은 있죠. 연습실 청소부터 시작한 후배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줄어들고 있다는 건 안타까워요. 아이돌 멤버들도 열심히 노력한 거 겠지만, 전문 뮤지컬 배우 후배들에게 주인공을 할 수 있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는 건 속상하죠."

아이돌 멤버와 함께 해서 좋은 점도 있다. 해외 팬이 늘었다는 것. 출연한 뮤지컬이 해외로 수출되면서 해외 팬과 만날 기회가 많아졌다. 목소리에 반한 팬들은 그의 무대를 보기 위해 한국 여행을 계획할 정도다.

"'잭 더 리퍼'가 일본에서 공연되면서 성민과 함께 갔었죠. 성민이도 본인 팬이 저한테 많이 왔다는 걸 알고 있어요, 하하. 선물을 받지 않는 SM엔터테인먼트의 특성 때문에 제 대기실에만 선물이 쌓였죠. 아이돌 부럽지 않은 호사 인기를 누렸어요, 하하."

# "뮤지컬, 한계가 오기 시작했다"

뮤지컬 무대에서 빠지면 섭섭한 이름 김법래. 그는 최근 인생 2막을 활짝 열었다. 지난해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에 특별출연했던 것을 시작으로 영상 대중과의 소통을 시작했다. 드라마 '투윅스'에서 비중 있는 조연을 맡았고, 23일 첫선을 보이는 KBS2 새 월화드라마 '트로트의 연인'을 통해 변신을 꿰하고 있다.

'트로트의 연인'에서 김법래가 맡은 역할은 매니지먼트 사장. 트로트를 경멸하는 최고의 스타 뮤지션 장준현(지현우)과 트로트가 아니면 살 수 없는 소녀가장 최춘희(정은지)가 만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룬 이번 작품에서 악덕 사장 역을 맡아 '투윅스'에 이어 다시 한 번 악역을 맡았다.

그가 안방극장에 도전장을 내민 건 뮤지컬 무대에서 맡을 수 있는 배역에 한계를 느끼면서다. 하늘의 뜻을 알게 된다는 지천명의 나이, 오십에 가까워질수록 더 큰 제약이 따를 것을 생각하면 다른 도전을 도모하지 않을 수 없다.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 당시 상대 배우가 젊은 배우로 바뀐 적이 있어요. 제가 나이가 들면서 제약이 따른 거죠, 하하. 나이 어린 후배들이 많아지는데 저도 살길을 찾아야 하지 않겠어요?"

"방송은 제약이 없잖아요. 더 늦기 전에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어릴 때부터 방송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방법을 몰랐죠. 이제서야 진짜 배우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에요."

TV를 통해 인지도를 높아지면 자연스레 올라가는 개런티도 새로운 시도를 기분 좋게 하는 이유다. 대중 매체를 통해 인기를 얻은 스타가 뮤지컬 무대에서도 훨씬 더 많은 출연료를 챙기는 모순에 상처받았던 김법래. 20년 동안 갈고 닦은 내공이 안방극장에서 폭발할 일만 남은 그의 더 큰 도약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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