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총리 후보자인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 안대희 전 대법관이 여론의 뭇매를 맞아 인사청문회 문턱도 밟아보지 못하고 중도에 자진사퇴했으며, 세 번째 총리 후보자인 문창극 중앙일보 전 주필 역시 낙마 위기에 처해있다.
특히 문 후보자는 식민사관과 우편향 가치관으로 물의를 빚었고, 국정경험도 전혀 없는데다 본인 스스로 '책임총리에 대해 들은 바가 없다'고 이야기 할 만큼 국정개혁에 대한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 국민통합과도 거리가 멀어 ‘장고 끝에 악수를 뒀다’는 장탄식이 흘러나왔다. 심지어 새정치민주연합은 문 후보자에 대해 '건국 이래 최대 인사 참사'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인사 실패는 정부 출범 때부터 끊이지 않았다.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등 초대 장관 후보자들이 줄줄이 여론 검증을 통과하지 못했고, 급기야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추문으로 위기에 직면한 적도 있다.
특히 이병기 국정원장 내정자는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의 불법대선 자금 사건인 소위 ‘차떼기 전달책’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던 인물로 지난 대선에서 불법 선거개입 논란에 휩싸였던 국정원을 개혁할 수 있는 적임자가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 후보자들의 자질을 둘러싸고 여야 간 소모적인 정쟁이 계속되면서 정부조직개편 등의 작업도 지연되고 있고, 6월 임시국회도 제자리 걸음하고 있다.
아울러 ‘국가 개조’, ‘비정상화의 정상화’라는 슬로건을 내건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에도 제동이 걸렸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문 후보자 지명 이후 열흘 만에 10%포인트 가까이 급추락했고, 일부 여론조사에선 40%대가 붕괴됐다.
인사 참사가 또다시 터진다면 이는 곧바로 박 대통령의 레임덕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위기 상황이다.
항간에는 ‘비정상적인 청와대 인사시스템을 정상화하고, 국가 개조가 아니라 정권 개조부터 먼저 해야 한다’는 우스개까지 나돈다.
집권 초기부터 반복되는 인사시스템의 난맥상의 주요 원인으로는 박 대통령 특유의 ‘나홀로 인사’, ‘수첩 인사’가 0순위로 꼽힌다.
중앙인사위원회와 청와대 인사수석실을 부활시키는 등 인사시스템을 처음부터 다시 구축하고, 여당도 인사 검증과정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 능력있는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국민통합을 위한 탕평 인사를 하기 위해선 박 대통령이 직접 여야 대표들을 초청해 인재를 구해달라고 부탁하는 진정성도 필요하다.
인사(人事)가 망사(亡事)가 돼버린 박근혜정부는 지금 벼랑 끝에 서 있다. 만약 박 대통령과 여권이 지난 6.4지방선거 결과가 민심의 전부라고 착각하는 오만과 독선에 빠져있다면 국정 난맥상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지금 박 대통령의 단호한 결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