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래 공정위원장, "담합건설사 입찰 규제 완화 건의할 것"(종합)

2014-06-2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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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대표와의 간담회서 밝혀...기재부 등 협의 남아 실현 여부는 미지수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이 20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건설업체와의 입찰담합 제도 개선 관련 간담회 이후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사진=노경조 기자]


아주경제 이명철·노경조 기자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이 건설사에 대한 담합 규제 완화를 시사했다.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0일 "기획재정부 등 소관부처에 담합건설사 등에 대한 (공공)입찰참가 제한 규정을 완화하는 제도개선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노 위원장은 이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6개 대형 건설사 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공정위가 업체들의 과거 잘못을 처벌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입찰 참가자격 제한으로 미래의 영업활동까지 제약해서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공정위는 악의적인 담합이 아닐 경우 입찰 참가자격까지 제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가계약법은 공정위가 담합으로 판정하면 입찰 참가자격을 의무적으로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담합 규제가 내려질 경우 자동으로 최장 2년간 공공공사 입찰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노 위원장이 담합 건설사에 대한 입찰 제한 규제 완화를 시사한 것에 대해 건설업계는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아직 원론적인 수준이긴 하지만 담합 규제의 키를 쥔 노대래 위원장의 입에서 완화 방침이 언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규제의 주체가 규제 대상의 애로사항에 대해 듣고 공감했다는 것은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가계약법 소관 부처인 기획재정부와의 협의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아 실제 건설사에 대한 입찰제한 규제가 풀릴 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담합에 따른 입찰 규제가 건설업계에 국한된 게 아니어서 제도 전반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점이 부담으로 지적된다. 건설업이 어렵다고 해서 건설업체들에 대한 규제만 완화할 수도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노 위원장이 입찰 제한 규제를 언급하면서 건설업계의 강도 높은 자정 노력을 주문한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건설업계는 그동안 담합규제에 대한 완화를 공정위에 끊임없이 제안해 왔다. 공정위가 최근 건설사에 대한 강도 높은 담합규제에 나서면서 직접적인 과징금 부담을 물론, 공공공사 입찰 제한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담합규제로 인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해외 공사 수주까지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있어 규제완화가 시급한 실정이란 게 업계 주장이다.

공정위는 올해 인천도시철도 2호선, 경인운하사업 등 8개 관급공사에 참여한 건설사 31개사에 대해 담합 판정을 내렸다. 이중 29개사에는 3091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이에 따라 이들 업체들은 최대 2년간 공공공사 입찰이 제한된다.

최삼규 대한건설협회장은 그동안 담합처분에 대한 업계 어려움을 수차례 호소했다. 지난 18일 건설의 날 행사에서 그는 “불합리한 제도와 지나친 중복처벌 등 건설업계를 옥죄는 규제부터 개선하고 잇따른 담합처분과 전방위 조사도 조속히 마무리해 경영에 매진할 수 있도록 조처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노 위원장과의 간담회서도 최 회장은 "중국, 일본 등 경쟁국 업체들이 한국 공정위와 검찰의 조사를 빌미로 집중적인 견제와 흑색선전을 펼치고 있어 건설업체들이 해외 수주에 심각한 악영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는 최저가낙찰제와 실적공사비, 소규모 복합공사 등 비정상 입찰 방식이 담합의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최저가낙찰제란 300억원 이상의 공공공사 발주 시 최저가를 써내 입찰에 참가한 업체에 시공권을 주도록 한 제도다.

2012년부터 100억원 이상 공사로 확대를 추진했다가 업계 반발에 막혀 연기됐고 현재 종합심사낙찰제가 대안으로 추진되고 있다.

종합심사낙찰제는 가격 외에 공사수행능력·사회적 책임 등을 모두 고려해 낙찰자를 결정하는 제도다. 이중 가격 항목은 평균 시장가격을 써낸 업체가 높은 점수를 받도록 설계해 덤핑 입찰을 방지했다.

실적공사비 제도와 소규모 복합공사도 개선이 필요한 제도로 꼽힌다.

건설공사에 대한 시장가격 반영을 위해 2004년 도입한 실적공사비는 공공공사 예정가격의 중요 산정 기준 중 하나다. 하지만 저가에 낙찰 받은 가격을 기준으로 공사비를 산정하니 간수록 공사비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게 구조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협회 관계자는 “공사비 삭감은 원가관리에만 집중하게 해 시설물의 품질·안전 확보를 어렵게 한다”며 “저임금 미숙련 노동력, 저급자재 사용을 조장해 품질저하 및 부실시공 발생위험을 높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2007년 실적 공사비 적용 공종을 공사비 1000분의 3보다 낮게 투찰할 수 없도록 하고 2012년 심사공사는 설계단가와 5%이상 차이가 나는 계약단가는 실적공사비 수집에서 배제토록 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실적공사비 단가는 오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건설협회 등 건설관련 16개 단체는 이달 9일 정부·국회에 실적공사비제도의 폐지를 요청하는 연명 탄원서를 제출키도 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 업계에서는 최삼규 대한건설협회 회장, 정수현 현대건설 대표, 김동수 대림산업 대표, 임병용 GS건설 대표, 조기행 SK건설 대표, 이영호 삼성물산 부사장, 임경택 대우건설 수석부사장, 한창환 대한건설협회 전무 등 8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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