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도 돈을 빼내가기 시작했다. 이라크 내전 사태에 대한 경계심리가 여전한 가운데 유가 불안, 원화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산 넘어 산이다.
다만 미국이나 중국 경기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은 유지되고 있어, 증시 불안이 장기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16~20일 한 주 만에 1990.85에서 1968.07로 1.14%(22.78포인트) 하락했다. 외국인 투자자가 19일부터 매도우위로 돌아서 약 5000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다.
지수를 떠받치던 외국인 이탈로 수급 면에 적신호가 켜졌다. 외국인 매도는 삼성전자에 집중되고 있다. 18~20일 사흘 만에 약 2700억원어치가 매물로 쏟아졌다.
삼성전자는 2분기 영업이익이 한때 9조원을 넘길 것으로 점쳐지기도 했으나, 꾸준히 줄어들면서 8조원 미만으로 보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삼성증권은 삼성전자에 대해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8조5000억원에서 7조9000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투자증권도 마찬가지로 8조8000억원에서 7조9000억원으로 낮췄다.
변한준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2분기 영업이익이 한때 9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점쳐졌다"며 "중간배당이라는 재료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어닝쇼크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 또한 한 주 동안 대체로 1020원선을 지켰지만, 19일에는 다시 1018원대로 떨어지는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이라크 내전 여파로 국제 유가도 춤을 추면서 배럴당 110달러를 넘나들고 있다.
굳이 긍정적인 점을 꼽자면 지수가 너무 떨어져서 가격 매력이 생겼다는 것이다. 코스피가 연일 약세를 보이면서 주가순자산비율(PBR)도 1배 수준으로 떨어졌다. 기술적인 반등 여지는 생긴 것이다.
여기에 주요 증권사가 중장기 전망에서는 낙관론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최근 미 경기에 대해 뚜렷하게 회복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양적완화를 축소하면서 자산을 덜 매입하기로 했지만, 제로(0) 수준인 기준금리를 상당 기간 유지하기로 했다.
리커창 중국 총리도 유럽을 방문해 중국 경제 경착륙 가능성이 낮다고 언급했다. 올해 경제성장률도 애초 목표대로 7.5%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6월 중국 구매관리자지수(PMI) 지표가 예상치(49.8)를 상회할 전망"이라며 "전년 동기와 달리 중국 상하이은행간금리(SIBOR)도 하향 안정세"라고 말했다.
유경한 동부증권 연구원은 "이라크 사태로 불안감이 여전하지만, 실제 원유 생산에는 아직 차질이 크지 않다"며 "수도 바그다드까지 내전에 휘말리지 않는 한 정정 불안이 장기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상반기 마감을 앞두고 기관이 자금집행을 늘리면서 수급을 개선할 여지도 있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 주가가 실적 이슈로 급락했으나, 외국인뿐 아니라 기관 역시 저가매수세 유입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