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거미, 이런 천상여자를 보셨나요?

2014-06-19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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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사진 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아주경제 국지은 기자 = ‘그대 돌아오면’ ‘어른아이’ ‘기억상실’만 보더라도 가수 거미(33·본명 박지연)의 음악은 강하고도 격렬하다. 성량도 크지만 고음 파트에서의 음색은 대체 불가능하다.

센 이미지는 ‘거미’라는 예명이나 풍기는 이미지에서도 느낄 수 있다. 데뷔 11년차 거미는 여성스러운 이미지를 부각했다.

지난 10일 발매된 두 번째 EP ‘사랑했으니…됐어’에는 타이틀곡 ‘사랑했으니…됐어’를 비롯해 ‘놀러가자’ ‘지금 행복하세요’ ‘혼자이니까’ ‘사랑해주세요’ ‘누워’가 수록됐다. ‘사랑했으니…됐어’는 김도훈이 작곡하고, 휘성이 가사를 만든 곡으로 나지막이 고백하지만 절규하는 듯한 감성이 매력적이다.

뮤직비디오에서 긴 생머리와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한 거미는 무대에 설 때는 다시 단발로 돌아왔다. 어쩔 수 없는 거미의 보이시함이 느껴졌다. 그러나 지난 17일 서울 신사동 카페에서 만난 거미는 바람 불면 쓰러질 것 같은 천상여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대중은 거미라는 사람을 어렵게 생각하는 거 같아요. 오직 음악만 하고 우울하고 어두운 사람으로요. 실제로는 편안한 사람이에요. 물론 소심한 면도 있지만 털털하고 사람들한테 관대한 편이에요. 나쁜 사람이랑은 친해지려고 하지 않지만 굳이 티 내려고 하지는 않아요. 마음 자체가 강하지 못해 인터뷰하다 운 적도 정말 많아요. 남한테 상처 주지도 못하는 성격인데…. 겉모습하고는 다르죠?(웃음)”

노래를 제외하고 행복한 때를 묻자 “가족이나 동료와 함께 서로 기쁨을 나누는 시간”이라며 “서로가 잘되길 진심으로 응원한다”고 답했다. 조곤조곤 말하는 말투도 무대 위와는 사뭇 다르다.

“예명으로 후회한 적은 없어요. 저도 거미를 무서워하지만 신비로운 느낌이잖아요. 거미줄에 한번 들어서면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처럼 나의 음악에도 그러한 마력이 있기를 바라는 의미를 담았어요. 그런데 이름보다는 음악 영향이 더 큰 것 같아요. 항상 이별 노래를 많이 해왔고 그 감정을 폭발적으로 표현해서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거미는 성숙을 거듭하면서 느낀 사랑과 이별에 대한 생각을 음악으로 표현했다. ‘사랑했으니…됐어’에는 아픈 이별의 감정보다는 이 순간 역시 지나가고 극복할 수 있다는 거미의 철학이 담겨있다. 담담해서 더 아플 수도 있지만 희망적일 수 있기에 공감가는 노래다.

“사랑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요. 무언가 안달복달한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모든 것이든 최선을 다하지만 집착하면 나만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순간에 집중하는 삶의 방식을 담아보려고 했어요. 그래도 저도 사람인지라 마인드 컨트롤을 하기가 쉽지만은 않네요.”
 

거미[사진 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어른 냄새가 물씬 풍기는 거미. 진중하고 신중한 스타일이라 사랑하면 오래가고 이별의 후유증 역시 오래간다고. 한 번도 먼저 헤어지자고 말해본 적 없는 그는 이별을 ‘헤어나오지 못할 것 같은 아픔’이라고 여기는 이들에게 편안한 마음가짐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사랑의 끝이 결혼은 아니지만, 연애의 끝은 결혼이라고들 하지 않던가. 30대 중반을 달려가는 거미도 천생배필을 만나는 꿈을 꾸고 있지는 않을까.

“결혼이 과연 가수 생활에 무엇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 생각했을 때 의문이 들더라고요. 이별 노래를 하는데 행복하게 결혼생활을 하면 무언가 모순같이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선배님들이 하시는 말씀이 내 목소리를 빌려 누군가의 감정을 말하는 것이니 결혼까지 포기하지는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요즘에는 결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고, 조금씩 외로워지는 것 같네요.”

운명은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이런 천상여자를 만나는 남자는 분명 행운아일 것이다. 다음 앨범에서는 사랑에 빠진 거미의 달달한 노래를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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