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준영 기자 = 태광산업을 비롯한 태광그룹 주요 계열사가 실적 부진에도 해마다 영업이익 가운데 약 80%를 총수 측에서 출자한 비상장사 매출을 올려주는 데 써 일감 몰아주기로 부실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총수 측이 이처럼 돈을 버는 데 비해 태광그룹 계열 유선방송사업자인 티브로드홀딩스에 속한 하청업체 노조는 적절한 안전장치 없이 위험한 작업에 내몰리면서 턱없이 낮은 임금,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17일 공정거래위원회ㆍ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태광산업ㆍ흥국생명ㆍ흥국증권을 비롯한 태광그룹 계열사 총 34곳이 2013년 올린 영업이익은 2362억원으로 전년 3422억원 대비 30.97%(1060억원) 감소했다.
이처럼 내부거래가 액수로는 1년 만에 860억원 가까이 줄어든 반면 태광그룹 전체 계열사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율에서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이 전 회장 쪽 비상장사가 내부거래로 올린 매출이 모든 계열사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12년 79.69%, 이듬해 79.17%로 2년째 79%선으로 유지됐다.
태광그룹 계열사가 해마다 수익에서 같은 비율로 떼어내 이 전 회장 측 회사에 일감을 몰아준 셈이다.
이 전 회장이 20% 이상 지분을 출자한 비상장사 가운데 내부거래로 올린 매출이 가장 많은 곳은 티시스다.
정보기술(IT)ㆍ부동산업체인 티시스는 2013년 태광산업, 흥국생명, 티브로드홀딩스를 비롯한 계열사로부터 798억원을 벌어들였다.
이 전 회장(51.01%) 및 배우자 신유나씨(2.18%), 2세 현준(44.62%)ㆍ현나씨(2.18%)가 100% 지분을 가진 티시스는 흥국생명(227억원), 흥국화재(192억원), 태광산업(46억원) 순으로 매출을 많이 올려줬다.
티시스를 빼면 흥국생명(334억원) 및 티브로드홀딩스(262억원), 세광패션(231억원), 서한물산(115억원), 한국도서보급(44억원), 에스티임(43억원), 바인하임(21억원), 흥국자산운용(14억원), 메르뱅(7억원), 흥국증권(1억원) 순으로 내부거래가 많았다.
이 가운데 에스티임 및 바인하임, 메르뱅은 신씨ㆍ현나씨 모녀가 100% 지분을 가진 업체로 인테리어업 또는 와인 도ㆍ소매업을 영위하면서 해마다 계열사를 통해 수십억원씩 매출을 올리고 있다.
티브로드홀딩스 하청업체 노조 측은 최근 중앙노동위원회에 제출한 쟁의조정신청서에서 재계약 기간을 현행 1년에서 2년 이상으로 늘려 고용을 안정시켜줄 것을 요구했다.
하청업체 노사가 합의한 통상급에 대한 상생지원금 지급, 무리한 영업실적 요구 금지도 마찬가지다. 노조는 현재 서울 종로 신문로에 위치한 태광그룹 본사 앞에서 이를 받아들여줄 것을 요구하며 집회를 벌이고 있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해마다 전체 계열사 영업이익 가운데 80%가 일감 몰아주기에 쓰인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