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뿐만 아니라 민간부문에서도 통일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인식하고 통일 후 한반도 국토개발에 대한 비전과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SOC 투자정책 수립 등 통일 후 국토개발 청사진을 미리 준비하자는 것이다.
건설산업비전포럼(공동대표 김종훈, 김현, 권도엽, 김정호)은 지난 12일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통일 한반도 국토개발 비전과 전략'이란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권도엽 공동대표(전 국토해양부 장관)는 기조연설에서 “통일은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시장 침체와 공공 건설수요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건설산업의 르네상스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공동대표는 “통일은 우리 경제권을 대륙과 직접 연결시켜 한반도와 만주, 몽골, 극동 러시아, 일본을 아우르는 동북아 경제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어 줄 것”이라며 “한국 경제는 말할 것도 없고 침체된 글로벌 경제의 회복과 재도약을 주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미나 취지에 맞게 민간이 임박한 통일 준비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대박론’을 언급하며 통일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하고 통일의 국부 창출 효과를 확실히 부각시킨 상황에서 북한 내부의 사정을 감안해 통일이 머지 않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정부 뿐만 아니라 민간에서도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김남식 통일부 차관은 축사를 통해 “통일은 한반도가 재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정부는 통일준비위원회 조직을 정비하는 등 통일 시대를 위한 준비를 의연히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석철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명지대 석좌교수)은 ‘두만강 하구 다국적 도시 개발 구상’이란 주제의 기조 연설에서 북·중·러 국경이 맞닿은 두만강 하구 황무지에 한반도의 창조도시이자 중국의 관광도시, 러시아의 석유·화학도시, 일본의 항만도시 역할을 하게 될 다국적 거점을 건설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21세기 동북아의 베네치아’를 조성하자는 것이다.
이상준 센터장은 "북한이 경제 개혁·개방을 할 경우 서울~개성~평양·남포~신의주~중국 단둥 쪽이 개발의 중심축이 될 것"이라면서도 “제한적 개방에 그치면 신의주, 나진·선봉, 원산, 금강산 등 접경 지역 중심의 개발로 한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우선적으로 식량과 에너지 분야와 연계한 국토개발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센터장은 “과거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경수로 원전 건설을 추진했던 함남 신포 지역과 북한 핵 시설이 있는 평북 영변 지역에 대규모 화력발전소를 건설해 북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해 주되 핵 시설은 폐쇄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스타니슬라스 루셍 프랑스항만공사 한국지사장은 '북한의 교통 인프라 관련 도전 과제들'이란 주제 발표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투자가 진행 중인 나진, 선봉 등 항만이나 연안 지역 위주로 교통 인프라 개발을 시작하는 게 가장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장동밍 중국 요녕대 교수는 '동북아 경제협력시각에서 본 한반도 물류네트워크 구축 방안'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서울~개성~평양~신의주를 철도로 연결하고 중국의 단둥~심양~유럽을 연결하는 아시아·유럽 간 물류망 구축이 한반도의 막힌 혈맥을 뚫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한반도는 이미 경의선이 연결됐기 때문에 이를 확장하면 중국 단둥까지 연결하는 철로를 개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토론시간에는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학교 교수를 좌장으로 발표자들과 공동주최자인 송기홍 딜로이트컨설팅 대표, 정창무 서울대 교수가 함께 통일 후 국토개발 전략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참석자들도 발표 내용 중 궁금한 것을 질문하는 등 열기가 뜨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