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광연 기자 =개인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한 ‘잊혀질 권리’가 특정 권력 집단에게 악용될 경우 정보 통제와 사상 검열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상당수가 정보가 포털로 인해 유입되는 상황에서 인터넷마저 ‘승자의 역사’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법적‧사회적 합의가 시급히 요구된다는 주장이다.
다음 두 가지 예를 살펴보자.
3선의 국회의원인 B씨도 정보 삭제를 원한다. 정치 입문 시절인 16년전 금품 수수료 협의를 받았던 그는, 오래전 사실이 마치 최근 정보인 것처럼 오해를 살 수 있고, 해당 사안이 경고조치라는 미미한 처벌로 끝났으며, 지금은 철저한 자기 관리로 청렴하게 살고 있다는 점을 들어 삭제 요청을 신청했다.
표면적으로는 A씨는 ‘잊혀질 권리’에 범위에 포함되고 B씨의 경우는 별개의 문제로 여겨지지만 관련 법률의 확립과 사회적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속단하기 어렵다.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범위가 여러 각도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포털을 개인정보처리자로 설정, 개인정보보호법의 적용을 받을 경우, 최종 결정권자인 정부기관이나 사법기관에 좀 더 근접하고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특정 집단이 ‘잊혀질 권리’를 악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거의 모든 정보가 포털을 통해 공급되는 상황에서 포털사의 검색 차단을 악용할 경우 사실상 정보 통제가 이뤄질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유럽사법재판소의 판결 역시 신문 기사의 삭제는 승인하지 않고 포털상의 검색 삭제만을 허가했지만 1998년의 신문 기사를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으로 공유할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는 점에서 사실상의 정보 차단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최성진 국장은 오픈넷 포럼에서 “역사는 승자의 기록인데, ‘잊혀질 권리’가 악용된다면 인터넷마저도 승자의 기록으로 변질 될 수 있다”며 “‘잊혀질 권리’에 대한 논의가 막 시작되는 시점에서부터 이 부분에 대한 확실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잊혀질 권리’가 원하지 않는 정보 공개로 상처받고 고통받는 개인을 위해서는 반드시 인정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특정 권력 집단의 정보 통제 무기로 악용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잊혀질 권리’가 보편적인 권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명확한 법적 근거와 합리적인 사회적 협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