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각지에서는 물론 저 멀리 해외에서까지 제주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기 위해 찾은 관광객으로 제주공항은 발디딜 틈이 없다.
제주의 눈부신 햇살과 시원한 바람, 제주도민의 친절함이 이들을 반갑게 맞는다. 탁 트인 초원, 그곳에서 자유로이 뛰노는 말들의 모습에서는 여유로움까지 느껴진다.
제주는 맑고 푸른 바다를 끼고 내달릴 수 있는 예월 해안도로도의 장관, 제주도 한 가운데에 자리잡은 한라산, 짜장면으로 유명한 마라도, 명소 중의 명소 성산일출봉, 땅콩이 유명한 우도 등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많다.
올레 7코스는 외돌개에서 시작해 월평마을까지 이어지는 총 13.8km의 코스다. 평소 10km, 아니 5km만 넘어도 숨을 헐떡이며 걷기를 포기했다 할지라도 올레 7코스는 충분히 걸을 수 있다. 서귀포의 쪽빛 바다를 벗삼아 천천히 걷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7코스의 마지막 지점에 다다른다.
◆바다 뚫고 우뚝 솟은 장엄한 자태…외돌개
왜구가 장군으로 착각했다던 외돌개는 올레 7코스의 마스코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산활동으로 분출된 용암이 식어 만들어진 바위 외돌개, 바다를 뚫고 나와 홀로 우뚝 서있는 모습이 장엄하다. 높이도 무려 20m에 달해 멀리에서도 웅장한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외돌개는 지난 2011년 6월 문화재청이 쇠소깍, 산방산과 함께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지정했다.
바다에 홀로선 기암은 아련하고 쓸쓸해 보이지만 주변에 우거진 울창한 숲길과 듬직한 바다가 외돌개의 외로움을 달래고 있다.
외돌개에 얽힌 다양한 전설도 전해져 내려온다.
고려 말기 탐라(제주도)에 살던 몽골족의 목자들은 고려 조정에서 중국 명나라에 제주마를 보내기 위해 말을 징집하는 일을 자주 행하자 이에 반발해 묵호의 난을 일으켰다.
최영 장군은 범섬으로 도망간 이들을 토벌하기 위해 외돌개를 장군의 형상으로 치장시켜 놓고 최후의 격전을 벌였는데, 목자들은 외돌개를 대장군으로 알고 놀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외돌개에 얽힌 또 다른 전설도 있다.
한라산 밑에 어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살았는데, 어느날 바다에 나간 할아버지가 풍랑을 만나 돌아오지 못하자 할머니는 바다를 향해 “하르방”을 외치며 통곡하다가 바위가 됐다고 한다.
보는 방향에 따라 모양이 달라 마치 다른 바위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외돌개 주변에는 돈내코·소정방폭포·엉또폭포·정방폭포·천지연폭포·문섬·범섬·섶섬·법화사지 등 관광명소가 많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천천히 다 둘러보는 것도 좋겠다.
◆사연을 저에게 주세요…하고싶은 말 적어 보내볼까 ‘스토리 우체통’
곧은 자태 뽐내고 서있는 외돌개에 안녕을 고하고 또다시 길을 걷다 보면 재미있는 우체통을 발견하게 된다.
서귀포시 대륜동 주민자치위원회가 마을을 지나는 올레 7코스에 설치한 '스토리 우체통'이다. 탐방객의 사연이 듬뿍 담긴 엽서들은 이곳 우체통에 연일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지난 2010년 6월에 설치된 이 우체통은 일주일에 한 차례 우편물을 거둬 주민센터에 보관했다가 1년 뒤에 발송하는 이색 우체통으로, 올레 탐방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고 있다.
탐방객들은 올레길을 걸으면서 생긴 일과 갖가지 사연들을 엽서 등에 적어 어느 정도 세월이 흐른 뒤 새로운 기분으로 느낄 수 있도록 자기 자신 또는 지인들에게 보내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나 자신에게 여행담을 얘기하거나 수줍은 마음을 전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엽서 한 통을 보내는데 330원의 비용이 들지만 우체통 밑에 마련된 '양심요금함'을 통해 매월 10만∼20만원의 발송 비용이 자발적으로 모금된다.
탐방객들이 올레 7코스를 걸으며 느낀 감정을 1년 후에 다시 받아보면 좋은 추억이 될 것이란 생각에서 만들어진 우체통. 제주 풍광을 벗삼아 천천히 걸어가는 제주 올레길의 추억을 1년 뒤 되새겨볼 수 있는 좋은 매개체가 될 듯하다.
◆한가로움이라는 사치를 부리다…신들의 정원 ‘돔베낭골’
올레길을 또다시 걷는다. 내딛는 발걸음은 하나도 무겁지 않다. 1.6km가량 걷다 보면 신들의 정원이라 불리는 돔베낭골이 등장한다.
푸른 서귀포 앞바다와 범섬, 소나무 한 그루가 어우러져 감동을 준다.
작은 언덕에 야생화가 곳곳에 피어 있는 이곳에 도착하는 순간 동화속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에 빠져든다.
도마의 제주도 방언 ‘돔베’와 나무를 뜻하는 제주어 ‘낭’이 합쳐진 말이다. 이곳의 나무를 베어 도마를 만들어 썼다고 해서 돔베낭이라고 이름붙여졌다.
푸른 하늘을 품은 바다와 진한 초록빛 풀밭은 피로한 심신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이곳에서 보이는 범섬은 '원나라의 고려지배 100년'의 종지부를 찍은 곳이라고 한다. 최영 장군은 묵호의 난을 평정하기 위해 이곳에 군영을 설치했다고.
제주에 있던 원나라의 마지막 세력 묵호가 범섬에서 필사의 항전을 펼치자 법환포구에서 범섬까지 배로 다리를 놓아 섬멸시켰다. 해안은 급경사로 깎아지는 해식애가 발달했으며 섬 가운데는 용천수가 솟아오른다. 50년 전만 해도 가축을 방목하고 고구마 등을 재배했으나 현재는 흔적만 남아 있다.
물과 땅이 좋아 벼농사를 짓기 좋았던 일강정 바당 올레를 지나면 강정포구가 나온다. 이곳의 강정천은 사철 맑은 물이 나와 서귀포 주민들의 식수로 사용된다.
강정천을 지나 월평 포구, 월평 마을에 도착하면 소소한 감동을 선사했던 올레 7코스 걷기는 끝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