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전운·강규혁 기자 = 11일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재지정 및 신규지정 품목 발표를 앞두고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대타협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했던 지난 5일 ‘중소기업 적합업종 재합의 및 제도개선을 위한 공청회’에서 중소기업연구원이 ‘재지정 해제 가이드라인’을 공개한 뒤 대·중소기업을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와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기중앙회)가 입장을 제시하면서 평행선은 더욱 벌어지는 분위기다.
전경련은 중기업계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을 하지 않는 대신 적합업종 제도의 도입 취지가 ‘중소기업 경쟁력 제고’에 있는 만큼 지정기간 중 중소기업의 성장성이나 수익성이 저하된 품목은 재지정 해제 기준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뜻을 재차 강조했다. 특히,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적합업종 ‘지정’을 ‘합의’로 변경하기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절차적 개선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며, 대기업의 무조건적인 희생은 없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표면적으로는 가이드라인 내용에 대한 반박이지만 속내는 대·중소기업간에 깔려 있는 뿌리깊은 불신 때문에 논의는 벽에 부딪치고 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적합업종 제도는 동반도 없고, 성장도 없었다.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을 지키는 것이 핵심인데, 대·중소기업간 합의가 됐더라도 소비자가 배제돼 특정사업자에게 특혜를 줄 수 있는 우려도 존재하고 있다”며, “적합업종 제도로 인해 시장은 축소될 가능성이 농후하고 업계 내부에서는 제 살 깎아먹기와 같은 악순환이 되풀이될 것이다. 이로 인해 업체당 생산성이 감소하고 무역수지 규모도 적자전환되거나 그 규모가 커지면서 국제경쟁력의 하락을 가져왔다. 그 결과 중소기업은 피해를 입게될 것”이라며 제도의 불합리성을 지적하며, 적합업종 제도의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병기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적합업종 제도는 원칙 3년의 적용기간이 엄격히 지켜져야 하며 과도한 시장진입의 억제와 중소기업 보호로 야기되는 시장비효율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이러한 적합업종 운영원칙에 따라 지정기간 중 경쟁력 회복 노력을 게을리 했거나 경쟁력을 회복하지 못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을 해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최선윤 한국연식품협동조합연합회장은 “적합업종에 대한 사회적 공감은 이미 충분히 이뤄졌다. 그런데 이번 재지정 논의에서는 본래의 뜻과 달리 외국기업의 잠식 우려 등 해제와 관련한 절차가 자꾸 논의되는 분위기다. 적합업종이 마치 잘못된 제도인 것 처럼 언론 등을 통해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해제보다는 지금껏 미흡했던 부분을 오히려 강화해 적합업종에 더욱 힘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익성 동덕여대 EU통상과 교수는 “경제라는 것은 선순환이 전제돼야 하는데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며 정상적인 시장논리가 작동하지 않음으로써 적합업종이 파생된 것”이라며, “대기업이 적합업종을 무작정 반대하기 보단 대기업만이 할 수 있는 ‘부적합업종’을 먼저 제시하는 것이 순서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은 가운데, 10일 한국식품산업협회와 전경련, 한국휴게음식업중앙회가 체결한 상생협약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협약은 중소·대기업간 상생을 위해 대기업 커피전문점의 한국휴게음식업중앙회 회원가입, 상생발전기금 조성, 커피전문 교육, 중소기업의 생산·위생관리 컨설팅, 구매협력, 해외선진시장 벤치마킹, 가맹점 전환지원, 공동마케팅 등에 상호 협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상생협력방안에 대한 진행경과 확인 및 상호발전방안 모색을 위해 주기적으로 상생협의회도 열기로 했다.
이를 통해 한국휴게음식업중앙회는 대기업 커피전문점과 자율합의가 이루어진 만큼 이사회를 열고 커피적합업종 신청 계획을 철회하고 대·중소기업간 상생을 모색키로 했다.
박찬호 전경련 전무는 “바람직한 대·중소기업간의 동반성장 방향은 적합업종 지정이 아니라 이번 커피전문점 대·중소기업들이 이루어낸 것과 같은 민간 자율합의 방식의 상생협약”이라고 이번 협약의 사례가 전 분야로 확산되길 희망한다는 뜻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