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6·4 지방선거에서 절묘한 균형을 이룬 여야는 ‘포스트 정국’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제로섬 게임에 돌입했다. 그 첫 단추는 7·30 재·보궐선거다.
9일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에 따르면, 7·30 재보선이 임박함에 따라 재보선 공천을 위한 각 당 차기 대선 주자들의 물밑 움직임이 시작됐다. 새누리당에선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 등이, 새정련에선 손학규 상임고문의 출마설이 힘을 받고 있다.
특히 여야는 이번 수도권 대전에서 적잖은 상처를 받은 만큼 저마다 설욕전을 벼르고 있다.
새누리당은 경기·인천에서 승리했지만,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권에 참패를 당했다. 정부여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로 광역 17곳 중 8석을 차지했으나, 서울에선 ‘박근혜 구하기’가 통하지 않았다.
새정련은 당초 목표인 2승 1패에 실패하면서 당 지도부가 책임론에 휩싸였다. 강경파 일부 의원들은 광주 선거에 매진한 안철수 공동대표의 책임을 공개적으로 거론, 계파 갈등이 확전 양상으로 치달을 조짐이다.
박 대통령과 안 대표 모두 향후 정치적 입지 확보를 위해 총력전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사실상 7·30 수도권 재보선도 박 대통령과 안 대표의 ‘제2라운드’ 양상으로 좁혀졌다는 전망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눈여겨볼 대목은 여야의 선거전략이다. 일단 새누리당은 대통령에게만 의존하는 ‘박근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7·14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차기 당대표의 조직이 가세해 측면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새정련은 안 대표를 필두로 경기지사 출신인 손학규 상임고문 등 대권 잠룡들이 나선다. ‘안풍’의 지지기반인 수도권 2030세대, 화이트칼라와 손 고문 등의 외연 확장 전략이 전면적으로 결합하게 된다. ‘박원순 바람’이 수도권에서 일고 있는 상황에서 치러진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행보다. 이 전 수석이 새누리당 동작을 지역에 전략공천된다면, 이번 재보선은 ‘세월호 심판론’에 준하는 선거 양상으로 흐를 가능성이 많다.
특히 이 지역은 이번 선거에서 정몽준 후보(43%)보다 박원순 서울시장(54%)에게 더 많은 지지를 보냈다. 박 대통령의 남자인 이 전 수석에게도 쉽지 않은 선거가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새정련은 이날 이 전 수석의 정치권 복귀를 정조준했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청와대는 홍보수석이 왜 교체됐는지 명백하게 설명해 주셨으면 한다”고 날을 세웠다.
다만 새정련에도 아킬레스건은 존재한다. 당내 후보군들의 교통정리 여부다. ‘박원순 바람’에도 불구하고 안 대표 측 금태섭 대변인과 이계안 최고위원, 구민주계인 천정배 전 의원과 박용진 홍보위원장, 허동준 지역위원장 등이 공천을 놓고 이전투구를 벌일 경우 자멸할 가능성도 배제못할 상황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수도권 재보선은 새누리당의 차기 당대표의 조직운영 능력과 야권의 차기 대선주자의 대결”이라며 “재보선 특성상 투표율이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양측의 파괴력에 따라 승부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