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배우 김보성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한 것도 아니고 예능프로그램에서 뛰어난 입담을 선보인 것도 아니다. 그저 10년 동안 꾸준히 밀고 온 '의리 콘셉트'가 드디어 빛을 발했을 뿐이다.
한 식혜 CF 속 김보성은 "탄산도 카페인도 색소도 없다. 우리 몸에 대한 으리(의리)"라며 모든 단어에 '으리'를 집어넣었다. "전통의 맛이 담긴 항아으리(항아리)" "신토부으리(신토불이)" "아메으리카노(아메리카노)"라고 외치더니 "마무으리(마무리). 이로써 나는 팔도(광고주)와의 으리(의리)를 지켰다. 광고주는 갑, 나는 으리니까(을이니까)"라고 마무리 짓는다.
사진 한 장, 열애설 한 번에 뜨고 지는 연예계라지만 김보성의 인기는 조금 다르다. 새로운 모습, 자극적 이야기에 끌리는 대중이 10년째 외치고 있는 '닳고 닳은' 이미지에 열광하고 있으니 말이다.
김보성이 제2의 전성기를 맞은 데에는 개그우먼 이국주의 힘이 크다. tvN '코미디 빅리그'에서 김보성을 패러디한 이국주의 모습이 인터넷에 빠르게 퍼지면서 '의리 시리즈'가 끊임없이 재생산됐다. 네티즌은 '의리 드립'을 주고 받으며 소통하고 있다.
'의리의 필요성'을 하고 있는 사회 분위기도 반영됐다. 선장이 배를 버리고 도망가고 국가시스템이 국민을 지켜주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다 보니 신뢰에 대한 갈망이 이어졌다. 불신사회의 반작용이 '김보성 열풍'으로 투영됐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의 콘셉트가 뜨거운 반응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김보성 그에게 있다. '무늬만 의리'가 아니라 '실천하는 의리'였던 것이다.
지인과의 의리로 차용증도 없이 전 재산을 빌려준 뒤 수십억원을 날린 김보성은 한동안 생활고에 시달려야 했다. 또 다른 지인이 경영하는 경호업체에 이름을 빌려주었다가 '용역깡패'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도 받아야 했다. "정의롭지 않은 의리는 의리가 아니다"라는 뼈아픈 교훈을 얻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달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하자 김보성은 은행에서 대출받은 1000만원을 유가족에게 기부하며 오히려 "돈이 적어 미안하다"고 말했다. 27일에는 한 프로그램의 출연만을 고수하는 이유로 "14년 동안 지켜온 담당 PD와의 의리 때문"이라고 밝혔으며 "의리 중 최고는 나눔 의리"라며 월드비전 홍보대사까지 자처하고 나섰다.
트레이드 마크인 선글라스에 주먹을 불끈 쥐고는 "의리!"를 외치는 김보성. 그의 콘셉트가 한동안 계속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