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마미술관 개관 10주년을 맞아 다시 작가재조명의 취지를 살린 전시다. 원래 작가재조명전은 격년으로, 2년에 한 번씩 열는 프로젝트로 기획됐지만 1회, 2회 이후 5년간 멈춰있었다.
회화와 드로잉, 도예, 영상, 설치 등 작품 120여점이 전시됐다. 3인전이지만 규모가 방대하다. 마치 동시에 열린 개인전 3개가 열리는 듯하게 꾸몄다.
"원로작가를 대상으로 하지만 회고전이라기보다는 여전히 열정을 가지고 작업을 꾸준히 하시는 작가들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전시"라는게 박윤정 큐레이터의 설명이다.

50년간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인류 문명의 운명을 고민해 온 김차섭은 미국 화단의 주목을 받은 에칭 작업을 비롯해 작가의 작품 세계가 담긴 드로잉과 작업 노트, 자화상 등을 대거 선보인다.
뉴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종이 커피잔을 펼친 뒤 그 위에 그림을 그리거나 오브제를 오려붙여 만든 '커피컵 시리즈'에서는 이방인으로서 느낀 설움 등이 마치 일기처럼 기록돼 있다.

1995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대표로 선정돼 국내 최초로 특별상을 받았던 설치작가 전수천은 '아우라'를 다룬 신작들을 소개한다.
전시장 한쪽에 세워진 1929년산 자동차를 통해 작가는 "시간 여행의 공간을 지나 2014년 오늘 여기에서 머리와 가슴으로 느끼는 현실적·정서적 아우라"를 얘기한다. 기술 복제 시대에는 예술 작품의 아우라가 사라진다는 발터 벤야민의 말과 달리 전수천은 '정서적인 아우라'를 강조한다.

흙을 빚어 굽는 테라코타 조각 작품으로 유명한 한애규는 여행을 하면서 "폐허에서 느끼는 여러 감정을 토대로" 한 작업을 내놨다. "현재 내가 살고 있는 터전이 미래의 폐허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작가는 "여행에서 느낀 생성과 소멸에 관한 상념을 사람들과 같이 나누고 싶었다"고 했다.
관람객들에게 전시 작품 설명을 해주는 도슨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화,수,목,금 오후 2시,4시 / 주말 오전11시, 오후1시,2시,4시) 전시는 7월 27일까지. 성인 3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000원.(02)425-10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