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중국 국유기업의 고용세습 현상이 만연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중국사회에 큰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고용세습에 대한 논쟁은 뜻밖에도 국유기업 현직 직원들의 투서에서 비롯됐다. 신경보와 경화시보 등 중국매체들의 26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월 헤이룽장(黑龍江)성의 다칭(大慶)유전은 신입직원 채용방식을 직접채용에서 선발채용으로 전환시켰다. 직접채용방식을 통하면 다칭유전 직원의 자녀들이 입사하기 용이하지만, 선발채용 방식은 능력에 따라 신입사원이 선발되는 만큼 직원 자녀들의 입사가 어려워진다. 이에 올해 대학졸업생을 둔 다칭유전 직원들이 최근 단체로 베이징에 올라와 투서를 했고, 이 사실이 언론을 통해 사회에 공개되며 반발여론을 촉발시켰다.
중국에는 '즈뉘딩티(子女頂替)'라는 이름의 직장세습제도가 있었다. 195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 국유기업 직원이 퇴직하면 그의 자녀들로 빈자리를 메꾸게 하는 노동취업제도였다. 중국에 자본주의가 도입되면서 이 제도는 폐지됐지만 많은 국유기업들은 아직도 고용세습제도를 복리후생의 일종으로 운영하고 있다.
국유기업은 안강(鞍鋼)그룹 역시 1986년에 직원세습제도를 폐지했지만, 직원자녀 취업우대 정책은 아직도 시행되고 있다. 직원자녀 응시생에게는 필기와 면접에서 10점과 15점의 가산점이 부과된다. 철강업계의 경기가 악화되 채용수요가 줄었지만, 안강의 직원자제들의 취업률은 30%를 유지하고 있다.
한 국영 통신회사에 다녔던 궈(郭)모 씨는 정년을 3년 앞둔 지난 해 말 회사로부터 사표를 낼 경우 자녀를 취업시켜주겠다는 제의를 받았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바로 사표를 내고 취업을 못해 헤매던 딸을 취업시켰다. 현재 이 회사에는 부모들의 배경을 바탕으로 취업에 성공한 젊은 직원들이 무려 1000여 명 가까이에 이른다고 한다. 전체 임직원 1만여 명의 10%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고용세습을 철폐해야 한다는 사회적인 여론이 압도적으로 많다. 특히 올해 대졸자들의 취업난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능력이 아닌 부모의 직업으로 인해 가산점이 부여되는 것은 사회적으로 불공평하며, 국유기업 경쟁력 제고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반면 부모가 다니던 기업에 취직하는 자녀들은 그 직장에 쉽사리 적응하며, 빠른 시간에 숙련도를 높일수 있고, 현직 근로자들의 애사심 또한 높일 수 있다는 옹호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고용세습 관련된 직원자녀 채용 우대정책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인력자원사회보장부는 최근 "앞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인사관례를 깨겠다"는 선언을 한 상태지만 어떻게 개선할 지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입장이 나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