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 열린 호주오픈에 나란히 출전한 로리 매킬로이(왼쪽)와 애듬 스콧, [사진=원아시아투어 홈페이지]
‘호랑이 없는 굴에서 여우가 왕노릇한다’는 말이 있다. 올 여름 세계 남자골프계에 걸맞은 말일성싶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부상으로 대회에 나가지 못하자 그 자리를 노리는 선수들이 활개치고 있다. 그 선두 주자는 현 세계랭킹 1위 애덤 스콧(호주)과 왕년의 1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다.
두 선수는 26일(한국시간) 끝난 미국PGA투어와 유러피언투어에서 나란히 역전우승했다. 스콧은 생애 처음으로 세계랭킹 1위에 오른 주에 보란듯이 우승해 1인자의 자존심을 보여주었다. 매킬로이는 약혼까지 했던 여자친구 캐롤라인 보즈니아키와 결별을 선언한지 나흘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스콧은 이날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의 콜로니얼CC(파70)에서 끝난 미PGA투어 ‘크라운 플라자 인비테이셔널’에서 4라운드합계 9언더파 271타로 제이슨 더프너(미국)와 공동 1위를 한 후 연장 세번째 홀에서 버디를 잡고 우승상금 115만2000달러(약 11억8000만원)를 챙겼다.
스콧의 우승은 그가 세계랭킹 1위에 오른 바로 그 주에 달성한 것이어서 의미가 있어보인다. 특히 같은 기간 유러피언투어에 출전한 랭킹 3위 헨릭 스텐손(스웨덴)이 좋은 성적을 낼 경우 ‘1주 천하’가 될 가능성이 있었으나 스콧은 보란듯이 우승했다.
스콧은 미PGA투어 통산 11승 가운데 지난해 마스터스를 포함해 3승을 연장전끝에 우승했다. 세 차례의 연장 승부를 모두 승리로 이끌어낸 뒷심을 보였다.
스콧은 또 텍사스주에서 벌어진 투어 4개 대회를 모두 석권해 ‘텍사스 슬램’을 이룬 첫 선수가 됐다. 그는 2007년 셸휴스턴오픈, 2008년 HP 바이런넬슨챔피언십(달라스), 2010년 발레로 텍사스오픈(샌 안토니오)에서 우승했다.
3라운드에서 공동 선두로 나서며 투어 첫 승에 도전했던 마쓰야마 히데키(일본)는 합계 6언더파 274타로 공동 10위, 뉴질랜드 교포 대니 리(캘러웨이)는 2언더파 278타로 공동 38위를 차지했다.
◆스콧보다 조금 앞선 시각 유럽에서 매킬로이가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매킬로이는 이날 잉글랜드 서리의 웬트워스GC(파72)에서 끝난 유러피언투어 ‘BMW PGA챔피언십’에서 7타 열세를 극복한 끝에 4라운드합계 14언더파 274타로 우승했다.
유럽투어 6승째요 전세계를 통틀어 통산 12승째다. 아일랜드 출신이지만, 그가 유럽 대륙에서 열린 유러피언투어에서 우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매킬로이는 특히 지난주 약혼녀와 파경을 선언, 심적으로 산만했을 터인데도 시즌 첫 승을 유러피언투어 메이저대회에서 대역전으로 장식했다.
스콧과 매킬로이는 다음달 12일 열리는 US오픈에 나란히 출전한다. 우즈의 불참이 확실시되기 때문에 두 선수의 US오픈 우승 가능성은 높아보인다. 스콧은 2013마스터스에서, 매킬로이는 2011US오픈과 2012USPGA챔피언십에서 메이저 타이틀을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