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분자인식연구센터 최만호 박사와 차의과학대학교 분당차병원 소아청소년과 유은경 교수 공동 연구팀이 혈액 한 방울을 이용해 식물성 스테롤 대사이상 질환을 고콜레스테롤혈증과 죽상동맥경화로부터 차별화할 수 있는 간편하고 정확한 진단 기술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기술은 국내 및 미국 특허출원을 완료하고 국내 최초로 진단한 임상환자 증례는 임상내분비학 분야의 세계적인 저널인 임상내분비대사학지 5월호에 게재됐다.
대표적인 만성대사질환인 동맥경화나 고지혈증이 6세 아이에게서 발병하는 경우 혈액내의 콜레스테롤이 지나치게 많아 발생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약물 치료와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은 음식을 대체하는 식물성 식이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약효가 없고 아이의 상태는 점점 나빠진다.
병의 진단을 위해 외국에 검사를 의뢰해야 하고 8개월이라는 시간을 기다려야 결과를 알 수 있다.
동물성 콜레스테롤과 달리 식물성 스테롤은 몸에서 거의 흡수되지 않고 배설되지만 식물성 스테롤 대사이상 질환 환자들의 경우 체내에 흡수된다.
두 스테롤의 구조가 매우 유사해 현재의 혈액 내 총콜레스테롤 측정기술로는 고콜레스테롤혈증 또는 죽상동맥경화로 오진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이런 환자들에게 고콜레스테롤 환자와 같은 치료를 실시하면 약물의 약효가 없고 식물성 스테롤 식이요법으로 몸 속 스테롤 수치가 증가해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식물성 스테롤을 판별하기는 쉽지 않아 다양한 형태로 체내에 존재하는 스테롤들을 구분해 분석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스테롤 구조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분석기술이 있어야 하고 스테롤 대사과정에 대한 이해도가 있어야 한다.
미국에서도 스테롤 관련 연구를 하는 소수의 그룹만이 명확히 질병을 진단할 수 있었고 혈액을 미국으로 송부하고 결과를 전송하는 데 약 8개월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연구팀은 환자들의 식물성 스테롤과 콜레스테롤의 개별 농도를 분석한 결과 정상인에 비해 대표적인 식물성 스테롤인 시토스테롤, 캄페스테롤, 스티그마스테롤의 비율이 10~20배 이상 현저히 높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이를 식물성 스테롤 대사이상 질환 환자인 시토스테롤레미니아라는 것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었다.
병원으로부터 운송된 혈액이 묻어있는 진단지로부터 화합물을 추출 및 정제하고 질량분석법을 통해 개별 농도를 분석하는데 걸린 시간은 24시간으로 국내 유일의 스테롤 분석 시스템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분석 기술은 혈액 한 방울로부터 20가지 이상의 콜레스테롤 대사물질들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
콜레스테롤은 뇌, 신경계에 많이 분포하며 호르몬 합성 등에 사용돼 콜레스테롤에 관한 연구는 신체 대사와 관련되는 모든 질환 및 생애 전주기적 질환극복을 위한 모니터링 기술로 활용이 가능하다.
진단에 쓰이는 장비들과 시료채취방법은 이미 많은 병원이나 연구소에서 쓰이고 있어 사회적인 추가 비용도 적다.
기술이 실질적인 임상진단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해당 기술을 통해 병원에서 정상인들의 스테롤 기준 값이 명확히 설정될 필요가 있어 후속 연구를 통해 밝힐 예정이다.
이번 연구는 KIST의 연구 개발 방향인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와도 방향을 같이 하고 있다.
KIST 최만호 박사는 “식물성 스테롤 대사이상 질환은 그동안 진단이 어려워 희귀 질환으로 인식된 면이 크다”며 ”빠르고 정확한 방법으로 혈액 내 스테롤 농도를 측정하게 되면 더 많은 환자 파악이 가능하고 이에 맞는 치료법 개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