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기업들이 중동에 처음 진출한 게 1970년대 초반이니까 벌써 40년이 넘었다. 아직도 우리는 원유와 가스 등 필요한 에너지의 대부분을 중동에서 들여오고 있으며, 해외플랜트 공사도 절반가량을 중동지역에서 수주하고 있다. 이 지역에 대한 우리의 수출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19%가 넘어 이제는 중동이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6% 정도를 점유하고 있다.
중동에서 가장 개방적이고 경제활동이 활발한 아랍에미레이트(UAE)에서는 우리나라 최초의 해외원전 공사도 한참이다. 지난주에 대통령이 가서 제1호기에 대한 원자로설치행사가 열리기도 했지만, 2020년까지 4호기까지 다 짓고 나면 앞으로 60년간 두 나라가 함께 공동으로 운영하게 돼 있어 우리의 원전관련 기술자들도 지속적으로 진출하게 된다. 우리가 이미 수주해 짓고 있는 1차 사업 외에도 잘만 하면 추가 수주가 가능하다. 이웃한 사우디아라비아도 마찬가지다. 날로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견디지 못해 15기에 가까운 원전을 짓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 더 많은 진출이 기대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가지고 있는 중동지역에 대한 인상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매일 언론을 통해 듣고 있는 뉴스는 대부분 테러와 전쟁으로 얼룩진 중동이고 그러다보니 가서는 안 되는 위험한 지역으로 뭉뚱그려 단편적으로 이해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아직도 위험한 지역이 많고 조심해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에게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는 기회의 땅이고 힘써 개척할 만한 가치가 있는 중요한 시장이다.
게다가 세계 1위의 가스 보유국인 이란도 최근 조금이나마 개방적인 자세로 돌아서고 있다. 이라크의 전후복구사업이 진척돼 원유생산량도 나날이 늘어나고 있어 이들까지 가세한다면 중동시장은 가히 거대시장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새로운 석유가스전의 발견으로 최근 7~8%의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모잠비크, 탄자니아 등 동아프리카 지역에 최근 서구 각국의 기업들이 앞 다퉈 진출하고 있다. 중동은 마지막 남은 개척지인 아프리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좋은 교두보의 위치에 있기도 하다. 우리도 대기업들은 웬만큼 진출해 있지만, 앞으로는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들도 보다 용기를 가지고 사업진출을 적극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마침 중동의 지도자들이나 기업인들도 한국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고 적극 진출해주기를 원하고 있다. 모바일기기와 자동차, 심지어 드라마 등 한류의 영향을 타고 우리 제품과 문화에 대해 경이로운 눈길을 보이고 있다. 자기들과 달리 변변한 자원도 없이 반세기만에 산업화에 성공한 우리나라로부터 배우기를 원하고 있다. 같은 동아시아 국가이면서도 다소 까다로운 일본이나 정치적인 중국과 달리 친절하고 나누기 좋아하는 우리의 국민성에 대해서도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 무역도 중요하지만 투자형태로 진출해 자신들이 부족한 점을 메워주고 풍부한 중동자본과 함께 아프리카 등 제3시장으로 진출해 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의 관심과 노력이다. 이제는 우리도 중동을 시장으로 이해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공부하고 접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중동 전체를 커다란 한 권역으로 보되, 나라마다 조금씩 다른 차별성을 이해하고 하나하나의 시장을 세밀하게 파헤치는 노력이 필요하다. 22개에 달하는 아랍 국가들끼리 단단한 연대의식을 가지고 있는 만큼 한 나라에 진출해 거기서 전 아랍지역으로 사업범위를 확대해 가겠다고 하는 중장기설계도 필요하다. 세계 어느 지역보다 우리에겐 이질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는 이 지역에 대해 보다 많이 연구하고 체계적으로 접근하고자 한다면 앞으로 우리에게 좋은 미래시장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