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중국 눈치 보나?”대중국 자본재 수입 급증에 방안은 아직

2014-05-22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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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중국으로부터 철강제품을 비롯한 자본재 품목 수입이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내수시장 왜곡 심화로 업계가 존폐의 기로에 몰려 있으나 정부는 아직까지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수입규제와 같은 방안을 동원할 경우 통상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감 때문에 정부는 쉽게 사안을 공론화시키지 못하고 있다. 업체들도 중국의 심경을 건드렸다가 자칫 관계사에 불똥이 튈 수 있다는 불안감에 쉽사리 정부에 청원을 넣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지나친 몸 사리기에만 급급해 국내 산업기반이 흔들거림을 넘어 무너지는 것을 방관하고 있다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수출입품목 분류체계(MTI) 코드 4단위 기준, 올 1~4월까지 중국으로부터 수입 상위 50대 품목중 전년 동기 대비 25.0% 이상 수입이 증가한 품목은 절반인 25개였다. 100% 이상 수입이 급증한 품목은 △무선통신기기부품(270.9%, 3억3400만달러) △열연강판(120.9%, 2억3800만달러) △질소비료(290.0%, 3900만달러) △가열난방기(285.9%, 3800만달러) △무선전화기(410.4%, 2500만달러) △동괴및스크랩(105.1%, 2500만달러) △철근(163.3%, 2200만달러) 등 7개 품목에 달했다.

40% 이상 늘어난 품목도 아연도강판(45.5%), 무선교환기및중계기(88.1%), 보조기억장치(43.7%), 기타조명기기(55.6%), 합금철(46.7%), 실리콘웨이퍼(51.9%), 기타가정용전자(53.3%), 스포츠화(57.1), 농약(65.7%) 등 8개 품목에 이른다.

수입이 급증한 품목들은 완제품 생산에 사용되는 자본재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중국이 내수 경기 둔화 조짐이 뚜렷한 가운데 과잉생산된 저가의 제품들이 대거 풀리면서 한국에 유입되는 물량이 증가한 것이다.

특히, 수입급증 품목 가운데 철강제품 품목은 무려 7개나 포함됐다. 범용후판과 열연, 냉연, H형강, 철근 등의 중국제품의 수입가격은 관세를 지불해도 한국업체 제품보다 t당 20만원 가까이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시장에서의 경쟁이 불가능하다. 중국산 제품에 대응하기 위해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은 최근 H형강 가격을 t당 10만원 내렸으나 여전히 가격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가격 인하로 인해 팔면 팔수록 손해가 증가하는 손익분기점 아래로 떨어진 상황에 내몰렸다. 포스코가 실사를 진행중인 동부제철 인천공장도 결국 중국산 제품과의 경쟁에서 밀렸다.

상황이 이러한 데 정부 차원의 대응은 아직 미진하다. 한-중 철강업계가 매년 정기적으로 만나 한국의 현실을 설명하면서 중국측의 성의있는 태도를 요구하고 있으나 자국 사정도 만만치 않은 중국정부는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나 반덤핑 조사 등의 해결방안이 있긴 하지만 정부로서는 쉽사리 꺼낼 수 없는 처지다. 지난 2000년 중국산 마늘에 대해 세이프가드 조치를 취한 직후 중국 정부는 한국산 휴대전화와 폴리에틸렌 수입을 중단하는 등의 보복을 당한 경험이 있다. 국내 철강사가 정부에 강하게 수입중단 요청을 못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업계에서 정식 신청을 하지 않으니 무역구제기구인 무역위원회에도 대중국 수입급증 품목으로 인한 국내 산업 피해 조사 또는 반덤핑 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더 큰 피해가 번지기 전에 이제 정부가 본격적으로 나서서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얻고 있다.

대기업 관계자는 “사실상 중국 눈치 보기 아니겠느냐. 업계가 말을 못 꺼내면 정부가 힘을 실어줘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자본재를 넘어 일반 국민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소비재 수입까지 늘어난다면 제조업은 물론 서비스업에서도 한국 기업이 설수 있는 자리는 더욱 좁아진다. 정부가 실질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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