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국민은행과 KB국민카드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내부 잡음이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의 대리전 양상을 띠면서 지속되는 회장과 은행장 간 갈등 문제가 금융권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금융지주 계열사 중 은행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는 점과, 최고경영자(CEO) 인사에 외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하나의 조직에 두 개의 의사결정기구가 존재한다는 점이 반복되는 갈등의 원인으로 꼽힌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금융지주회사법상 완전 자회사의 경우 자회사 내 사외이사나 감사위원회 등을 두지 않아도 되도록 허용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자회사도 독립 의사결정기구를 두도록 만들었다"며 "자회사에서 최근 개인정보 유출과 같은 큰 문제가 생기면 금융당국으로 비난이 쏠리기 때문에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실상 하나의 조직에 두 개의 의사결정기구가 있는 셈"이라며 "이런 구조에서는 갈등이 생기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CEO 선임 시 낙하산 인사가 내려오는 것도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의 갈등이 반복되는 원인으로 꼽힌다. 김 교수는 "금융지주 회장은 그룹 전체를 관리할 권한이 있다고 생각하는 반면 은행장은 '내가 이 은행을 관리할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낙하산 회장과 행장 사이에 권력 다툼이 생길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실제 임 회장과 이 행장은 각각 회장 및 은행장으로 선임되기 전부터 KB금융 또는 국민은행에 몸담고 있긴 했지만 모두 외부 출신이다. 임 회장의 경우 재무관료 출신으로 선임 당시 '모피아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을 받았으며, 이 행장도 금융연구원 출신인데다 금융당국 고위급 인사의 지지를 받아 행장에 선임됐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일각에서는 KB금융처럼 주인 없는 금융지주의 경우 사실상 주인 역할을 하는 이사회가 제몫을 해야 하지만 CEO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는 등 '식객'으로 전락해 이같은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 간 갈등에 대해 KB금융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금융지주사 전체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실제 금융권 내에서는 그동안 회장과 은행장의 크고 작은 갈등으로 내홍을 겪은 바 있다.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2010년 라응찬 전 회장과 신상훈 전 사장,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의 권력 다툼인 '신한사태'가 법정 싸움으로 번지면서 최근까지도 고초를 겪었다. 우리금융지주에서는 2012년 매트릭스 체재 도입을 두고 당시 이팔성 회장과 이순우 우리은행장의 팽팽한 기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 교수는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의 갈등 문제 해결책으로 '법과 현실의 일치'를 꼽았다. 그는 "완전 자회사가 희망한다면 사외이사나 감사위원회를 두지 않도록 허용해 의사결정기구를 하나로 만들고, 문제가 생길 경우 금융지주 경영진에 책임을 물으면 된다"며 "금융사들의 낙하산 인사 문제부터 근절하지 않고서는 해결책이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