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기영 기자 = 한화생명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자녀가 소유한 그룹 계열사에 올해에만 350억원어치의 일감을 몰아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화생명이 올해 한화S&C로부터 매입했거나, 매입할 예정인 상품 및 용역 대금은 350억7400만원이다.
한화생명은 매년 한화S&C에 각종 IT 관련 용역을 맡기고, 그 대가로 수백억원을 지불하고 있다. 주요 계약 항목은 △시스템 통합 유지·보수 △네트워크 통합 유지·보수 △모바일 콘텐츠 추가 개발 △전화료 △IPTV 사용료 등이다. 분기별 거래(예정) 금액은 1분기 88억6400만원, 2분기 89억2900만원, 3분기 85억2200만원, 4분기 87억5900만원이다. 한화생명은 당초 1분기에 87억500만원을 지출할 계획이었으나 실제 지출액은 1억5900만원 늘었다.
한화생명과 한화S&C간의 거래 계약은 70% 이상이 수의계약으로, 가격이나 기술 경쟁 절차가 없어 일감 몰아주기에 가깝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화생명은 올해 한화S&C와의 계약 22건 중 16건(73%)에 대해 수의계약을 체결했거나, 체결할 예정이다. 나머지 계약 중 일부 역시 제한경쟁 입찰 방식이어서 IT 용역은 사실상 한화S&C가 독점하는 형태다.
이처럼 한화생명은 오너 일가 소유의 관계사에 수백억원을 몰아주면서도 인건비 절감을 명목으로 최근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한화생명은 지난 1일자 인사를 통해 전직지원 대상자로 선정된 직원 300명을 퇴사 조치했다. 한화생명이 구조조정을 실시한 것은 지난 2009년 이후 5년 만으로, 과장급 이상 직원이 전체 직원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인력 구조 불균형이 배경이었다.
퇴직자는 지난해 말 기준 한화생명의 전체 정규직 직원 4610명 중 약 7%에 해당하는 규모로, 지난 2002년 전신인 대한생명을 한화그룹이 인수하기 전 입사한 20년 이상 장기 근속자들이다. 한화생명은 직원들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을 강행해 노동조합과 수차례 마찰을 빚었다.
그러나 전산시스템 관리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한화생명의 거래에는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이 일부 보험업계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계열사 IT 용역 계약과 인력 구조조정은 별개의 문제인 만큼 연관짓는 것은 무리라는 견해도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안이나 전산시스템은 처음 개발한 회사의 이해도가 가장 높은 데다 유지 및 보수 과정에서 일부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있어 한 회사와 지속적으로 수의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