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기의 필담] ‘룸메이트’ 박봄은 걸어다니는 PPL?

2014-05-19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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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BS '일요일이 좋다-룸메이트' 방송 캡처]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지난 2012년 MBC ‘더킹 투하츠’(극본 홍진아·연출 이재규)는 과도한 PPL(Product Placement·간접광고)로 시청자에게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이승기와 하지원이 하도 ‘땡땡 도너츠’를 먹어서 일부러 제목을 비슷한 발음으로 바꾼 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들렸다.

예능 쪽으로 본다면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도 PPL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민MC 유재석을 비롯해 하하, 송지효, 개리, 김종국, 이광수, 지석진 등이 걸치는 옷들과 멤버들끼리 쫓고 쫓는 건물이나 장소 역시 PPL에 포함된다. 체조요정 손연재가 게스트로 출연했을 당시에는 그가 모델로 있던 스포츠웨어 F사의 옷이 등장했다.

18일 오후 4시 20분, ‘런닝맨’에 앞서 방송된 ‘룸메이트’에서도 PPL로 보이는 장면들이 대거 전파를 탔다. 특히 걸그룹 투애니원(2NE1) 박봄은 일어나자마자 CJ의 ‘쁘XX’ 푸딩을 폭풍 흡입했다. 머리맡에 푸딩을 숨기며 “코코하자”라고 인사하는 장면도 눈길을 끌었다.

‘룸메이트’에서 박봄이 몸소 사용하고 있는 제품은 더 있다. ‘동안미스트’와 ‘경락스티커’로 외모를 관리한다며 “뿌리면 얼굴이 작아져 연기자 친구들이 많이 사용한다”고 말하는가 하면, 잠들기 전 경락스티커를 붙이자 에프터스쿨 나나와 배우 홍수현이 “우리도 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룸’이라는 개인적 공간에서, 여성이 미모관리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그러나 마치 ‘이 미스트를 쓰면 정말 예뻐져’라고 광고하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제작진에 따르면 박봄이 사용하는 ‘황XX’ 미스트와 경락스티커는 PPL 제품이 아니다. 박봄이 개인적으로 서울 강남 모 숍에서 구매해 사용하고 있고, 대량 생산되는 제품이 아닌 자체개발 상품이라 인터넷에서 구매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직접 찾아가 구매하는 바람에 품절된 것으로 전해졌다. 개당 2만 5000원으로 대중적 미스트들보다 2배 가량 비싸다.

나나와 홍수현이 쓰는 제품들은 본인들이 광고모델로 활동 중인 회사의 제품들이다. ‘룸메이트’에서 공식적으로 채용하고 있는 PPL이 아니다.

‘룸메이트’에서 받아들인 PPL은 CJ 음식들뿐이다. 이 또한 냉장고에 들어가 있는 제품에만 해당된다. 출연진이 외부에서 사오고 있는 음식들 중 CJ 제품이 아닌 부분에 대해서는 모자이크 처리를 하고 있다. 예컨데 3분 요리용 카레 제품을 CJ 제품이 아닌 타사 제품을 사서 들어오는 경우다.

제작 관계자는 “보통 예능프로그램이 방송 전에 PPL을 받고 시작하는 경우는 드물다”면서 “프로그램이 전파를 탄 후에 업체에서 자사 제품의 PPL 가능 여부와 광고효과를 계산하고 들어오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룸메이트’는 향후 PPL에 조심할 필요가 있다. 현재도 많은 업체에서 PPL 경쟁에 돌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과도한 PPL로 시청자에게 불편감을 드리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관계자는 “그러나 리얼 예능프로그램으로 출연진이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 제품들을 제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럼에도 제작진의 통제를 벗어나 PPL의 경계를 넘나들며 광고 효과를 누리고 있는 몇몇 제품들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지금이 아니더라도 유명 연예인이 실생활에서 쓰고 있는 제품이라는 명분 아래 얼마든지 향후 광고 지원이 따라붙을 수 있다. 박봄 등 출연자 자신이 의도하지 않았다 해도 해당 제품들은 반사이익을 볼 수 있고, 그것은 추후 PPL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룸메이트’ 제작진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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