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시스템 경영이란 회장 1인에 좌지우지되지 않으며, 회장이 없더라도 조직의 동요 없이 회사가 물 흐르듯 운영되는 것을 의미한다.
말은 쉽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기긴 어렵다. 회장이 충분히 임직원들에게 권한을 줘야하며, 임직원들은 권한에 맞는 능력과 실행력을 갖춰야 한다. 회장이 욕심을 부리거나,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조직은 깨진다.
현재까지는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 회장의 소식이 전해진 뒤 회사 임직원들이 첫 출근한 지난 12일 삼성서초센터, 13일 태평로 옛 삼성본관 주변에서 마주친 삼성그룹 직원들 얼굴에는 동요하는 표정이나 긴장감은 포착되지 않았다. 특히, 흡연장소나 식당 등지에서 본 삼성 직원들 사이에서 이 회장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는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만큼 현 상황이 던져주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를 체득하고, 평소 일과에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각 계열사 대표들은 평소의 일정을 소화하고 있으며, 수요 사장단 회의 등도 예정대로 진행한다. 비서팀과 그룹 전체 그림을 조율하는 미래전략실 등 드러나지 않는 24시간 비상 대기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고 하지만 드러내지 않고 있다. 오너 일가 전체가 빠졌지만 적어도 외부에서 바라본 삼성그룹에게서는 빈틈이 보이지 않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오랜 기간에 거쳐 시행하고, 개선하며, 임직원 한명 한명이 몸으로 익히도록 한 덕분에 강한 충격을 받으면 삼성은 강한 단결력을 보여주는 문화를 만들었다”며, “삼성 임직원들은 자신의 역할을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떤 지시를 내리지 않아도 알아서 행동한다. 삼성이 오너 경영 공백 리스크가 거의 없는 이유다”고 설명했다.
이 정도면 이 회장도 만족할 만한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이 회장의 의식 회복이 당초 예상보다 늦어짐에 따라 그룹 경영체제의 정상화도 그만큼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 오너 공백이 장기화 된다면, 시스템 경영도 예상치 못한 곳에서 구멍이 뚫릴 수도 있다. 구멍을 막고 운용의 미를 살리기 위해서는 전문 경영인들이 주축이 된 최고경영자들의 책임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
개인적인 능력보다 전체를 위해 움직이는 삼성그룹이 어떻게 난관을 헤쳐 나갈지를 눈여겨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