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서울 성동구 청계천로에 위치한 서울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사무실에서 만난 오성규 이사장은 인터뷰 첫머리에서 뜬금없이 이렇게 물었다.
"서울시 소유의 시설물을 관리하는 곳 아니냐?"는 기자의 답에 오 이사장은 "대부분의 시민들이 공단의 존재 유무조차 모르고 있더라"고 혀를 찼다.
서울시설공단은 30여년간 지하보도ㆍ상가, 서울어린이대공원, 서울월드컵경기장, 청계천, 서울추모공원 등 시 소유 시설 관리ㆍ운영 업무를 담당해 왔다.
그는 △전문성 부족한 사업구조 조정 △ 도시고속도로 관리 일원화 △자율책임 경영체제 도입 △시민 참여와 시설 개방 등을 골자로한 경영혁신을 올해 주요사업으로 내걸었다.
오성규 이사장은 "기존공단은 시설 관리에 집중하면서 자율성이 미흡하고 시민 서비스 마인드가 부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미흡했다. 시대적 변화와 혁신에 대한 요구를 수용해 공단 정체성 및 위상을 재확립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전제했다.
그는 이어 "새로운 것을 발굴해 시민들에게 제공해야한다. 먼저 관성으로 부터 벗어나는 게 중요하고 직원들의 생각 발상을 바꿔 할 수 있다는 동기부여가 되면 변화가 시작된다"고 말했다.
◆경영혁신의 시작 "자율책임 경영체제" 도입
오성규 이사장은 취임 후 먼저 백화점식 대행사업체제였던 사업구조를 여러분야로 나눠 조직의 정체성 및 전문성을 확보하고자 했다. 무분별하게 관리되고 있던 18개 사업 가운데 7개는 독립분화·민간위탁을 맡기고, 나머지 11개를 중점적으로 관리, '생활·문화형 시설관리' 전문기관으로 변모할 계획이다.
무엇보다도 오성규 이사장은 '자율책임 경영체제'을 통해 경영수지을 개선할 방침이다. 자율책임 경영체제는 지하도상가, 월드컵경기장, 어린이대공원, 추모시설(승화원, 추모공원) 등에 대한 전년도 대비 경영수지 개선율을 측정해 경영수지 개선 110% 이상 달성시 초과분의 50%를 다음년도 예산에 반영하는 구조다.
공단에 따르면 현 경영체제인 대행사업체제는 사업성과가 발생해도 자체적으로 예산을 편성할 수 없다. 즉 예산 재원을 투입하기가 어렵고 자율·책임경영 활동에 한계를 갖는다. 사업성과 창출과 시정 발전에 기여토록 유도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절대 부족한 구조다.
오성규 이사장은 "공단은 서울시로부터 통제받고 있기 때문에 자율성이 제약돼 있다. 이에 무사안일에 빠지기 쉽다. 더 많이 해봐야 성과급이 나오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시키는 것만 하는 것이다"면서 "서울시와 책임 성과계약을 체결했다. 자율권을 보장받는 대신 효율성, 공공성, 경제성을 강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올해 중점 관리 분야는…'체육시설운영을 핵심사업으로'
오성규 이사장은 또 체육시설운영을 핵심산업으로 선정해 공공성과 수익성을 같이 추구할 방침이다. 공급자 중심으로 일방적으로 운영되던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수요자 중심으로 운여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지금까지 엘리트 체육 중심으로 관리된 체육시설을 일반 시민들에게도 개방하고, 선데이리그, 펜스 철거, 풋살구장 증설 등 경기장 개방·확대에 중점을 둘 예정이다. 또 스포츠와 문화가 결합한 창조적 '융·복합 공공시설'로서 새로운 문화 콘텐츠를 생산하고 연중 테마가 있는 시민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서울어린이대공원도 마찬가지다. 특색없는 공원으로 방치돼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서울어린이대공원도 어린이들이 자발적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 어린이 공원으로의 정체성을 확보할 방침이다.
오성규 이사장은 "공기업들이 무수한 매를 맞고 있다. 낙하산 인사, 전문성 부족 등 우왕좌왕하는 시스템으로 사회적 비판을 받고 있다. 이는 당연한 거다. 우리나라에는 모범적인 공기업이라고 볼 수 있는 공기업 모델이 없다"면서 "모범적인 지방 공기업을 만들어 보고 싶다. 집요하게 매달리기 보다는 3년 임기 끄트머리에 자연스럽게 그런 상황이 나타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같은 계획은 자율책임경영을 통해 제대로 이뤄진다면 시민들에게 행복과 서비스로 돌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