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를 동결한 배경은 대내외 경제여건상 금리를 변경할만한 유인이 없다는 데 있다. 낮은 수준의 국내 경기 회복세, 미국과 중국 등을 중심으로 한 대외경제 불확실성 등이 섞여있는 경제 상황은 지난달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최근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부문 간 불균형은 있으나 거시지표상으로 경기는 회복세라고 본다"면서도 "회복세는 분명하지만 완만하다"고 말했다.
통계청의 '3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3월 광공업생산은 전월보다 0.9% 증가해 석 달만에 플러스로 전환했다. 서비스업 생산 역시 같은 기간 0.1% 늘었다. 설비투자도 1.5% 증가했고 소매판매액지수는 1.6% 올랐다.
지표만 놓고 봐도 흐름은 개선되는 추세이나 수준 자체는 높지 않다. 금리를 올리기 부담스럽다는 얘기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세월호 사고로 인해 2분기 민간소비가 둔화될 것이란 예상이 높아지면서, 회복세가 더뎌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금융연구원은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2분기에만 민간소비가 둔화된다고 가정하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08%포인트가 떨어진다고 전날 추정했다.
최근 급락세를 보이는 환율도 통화정책 변경을 고민케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글로벌 달러 약세의 영향으로 원ㆍ달러 환율은 한 달새 1050원선에서 1020원선까지 떨어졌다. 견조하던 수출 성장세도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이밖에 미국의 경제지표 둔화와 우크라이나 및 중국 등의 경기둔화 우려, 엔저 등 대외 하방리스크도 여전히 존재한다.
한은의 경기 판단과 현 경제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금리를 올리기도, 그렇다고 내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 총재는 "회복세와 지금의 금리 수준을 감안하면 방향 자체는 인하로 보기 어렵지 않겠는가"라면서도 "6개월 후에 금리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면 2~3달 전에는 시그널(신호)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인하 가능성을 차단하는 한편 깜짝 변동은 없다는 의중을 시사한 것이다.
주요 국가들도 금리를 묶는 모양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영란은행(BOE)은 각각 기준금리를 0.25%와 0.5%로 동결했다. 앞서 호주 중앙은행과 인도네시아 역시 각각 기준금리를 2.5%와 7.5%로 동결했다.
한편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7일 채권전문가 124명을 대상으로 이달 기준금리 결과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98.4%가 '동결'을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