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경영에서 위기돌파까지… 삼성SDS 상장의 복잡한 속내

2014-05-08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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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정광연 기자= 삼성SDS가 8일 이사회를 열고 연내 상장을 추진하기로 결의했다. 이르면 5월 중 상장을 위한 대표 주관회사를 선정할 예정이며 이후 구체적인 추진일정과 공모방식 등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SDS 주식은 현재 장외시장에서 약 15만 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발행주식 수를 감안한 단순 계산만으로도 삼성SDS의 가치는 11조 원을 넘어선다. 시가총액 순위 18위인 LG전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상장 프리미엄까지 감안하면 그 가치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삼성SDS 측은 연내 상장 추진에 대해 국내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해외사업 확대를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상장 결정에는 기업 및 그룹 차원의 신성장 동력 확보 외에도 이건희 회장의 ‘마하경영’ 방침 적용과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둔 사전 포석, 그리고 과천센터 화재 여파 수습 등 복잡한 속내가 반영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상장 발판삼아 글로벌 ICT 기업으로 ‘도약’
삼성SDS의 상장 결정은 국내시장의 한계 극복과 해외사업 확대를 위한 결정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삼성SDS는 지난 2013년 공공부문 정보화사업에 대한 대기업의 참여 제한으로 국내 시장에서의 성장이 불투명해지자 올해 초부터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한 신성장 전략을 추진 중에 있다. 이에 따라 부가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단순 SI 사업 대신 솔루션 및 서비스 중심의 글로벌 ICT 사업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 삼성SDS 측의 설명이다.

이번 상장 역시 입지가 크게 좁아진 국내 시장 대신 해외 시장에 주력해 더 큰 수익과 성장 원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결정으로 풀이된다. 이미 구글이나 페이스북, 알리바바 등의 글로벌 경쟁 업체들이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등의 신사업 시장 공략 속도를 높이고 있다는 점도 상장을 서두르게 된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글로벌 IT 솔루션 및 서비스 시장은 1조9000억 달러 수준으로 추정될 만큼 꾸준히 저변을 확대하고 있으며, 향후 성장 가능성 역시 반도체나 스마트 디바이스 시장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S가 상장 목표로 글로벌 ICT 기업으로의 도약을 꼽은 점 역시 이런 글로벌 시장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삼성SDS 전동수 사장은 “이번 상장을 계기로 글로벌 ICT 서비스 선도기업으로 도약하고자 한다”며 “특히 클라우드, 빅데이터, IoT 등 신성장 기술을 확보해 통신, 헬스케어, 리테일 및 호스피탤리티 등 분야의 솔루션 및 서비스를 중심으로 해외사업을 적극 전개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마하경영’ 이행과 경영권 승계 위한 결단
이번 상장 결정이 그동안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마하경영’과 무관하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올해 위기 경영 전략 키워드로 ‘마하경영’을 내놓은 이건희 회장은 지난 4월 30일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의 핵심 인력을 대거 삼성전자로 이동시키는 인사를 단행하며 관심을 집중시킨 바 있다.

정규 인사 시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시행된 해당 인사에 대해 전문가들은 삼성그룹의 중추인 삼성전자의 역량을 강화, 글로벌 경쟁력을 극대화시키겠다는 의중이 담긴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삼성SDS의 상장 결정 역시 기업이 보유한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 새로운 성장 원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차원에서 ‘마하경영’의 연장선상으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주장에도 무게가 실린다. 현재 삼성SDS의 지분 중 약 11.3%를 보유한 이재용 부회장은 이번 상장으로 최소 1조 원 이상의 지분 가치를 확보하게 됐다. 삼성SDS가 상장 후 지속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릴 경우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분 상속에 필요한 최소 5조 원 수준의 상속세 마련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상속세 마련을 위한 지분 정리가 아니더라도 삼성전자(2.58%)와 삼성물산(17.08%)에 이어 삼성SDS의 3대 주주인 이재용 부회장의 입지가 상장을 통해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SDS 상장은 단순한 기업 차원을 넘어 삼성그룹 전체의 경영 방침과 3세 경영 구도 확립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위기 돌파 위한 정면승부 의중도 반영
삼성SDS가 전격적으로 연내 상장 추진을 발표했지만 시의성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특히 구체적인 계획이나 방법 등이 여전히 미정인 상황에서 연내 상장 추진을 서둘러 발표한 데에는 복잡한 속내가 숨겨져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SDS 측은 5월 중 대표 주관회사를 선정할 예정이라는 점 외에는 명확한 방침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상장 여부가 촌각을 다투는 문제가 아님을 감안하면 그룹 차원의 ‘마하경영’ 방침 이행과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부분을 고려해도 현 시점이 상장 추진을 전격적으로 발표해야 할 적기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전문가들은 이미 해외 시장 공략에 무게를 둔 삼성SDS가 글로벌 사업 추진의 속도를 내기 위한 발판으로 상장을 결정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중국의 초대형 기업인 알리바바가 현지시간으로 지난 6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IPO 신청서를 제출한 점도 발빠른 상장을 결정하게 된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증시 상장으로 역대 최대 규모인 250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알려진 알리바바는 시가총액 가치만 1600억 달러(약 165조1200억 원)로 전망되고 있으며 상장을 시작으로 글로벌 ICT 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비록 규모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만 글로벌 시장 공략 강화를 선언한 이상 알리바바와의 정면승부를 피할 수 없는 삼성SDS 입장에서는 국내 증시 상장을 통한 자금 확보 등 추가 경쟁력을 확보, 견고한 성장 원동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일각에서는 삼성SDS가 과천센터 화재로 인한 여파를 연내 상장 추진 발표라는 이슈를 부각시켜 정면승부하려는 의지도 어느 정도 반영됐다고 주장한다. 과천센터 화재의 경우 화재 피해로 인한 여파가 고객 보상 차원을 넘어 삼성그룹 전체의 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 미흡 문제로까지 확장되며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 주주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상장이라는 호재를 통해 과천센터 화재 논란을 정면으로 돌파하고 추락한 브랜드 이미지 및 신뢰성을 끌어올리려는 속내가 반영됐다는 의견이다.

이번 삼성SDS의 상장 결정은 삼성그룹 전체의 성장 방향성과 글로벌 ICT 시장 판도 변화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굵직한 사안인 만큼 본격적인 상장 추진까지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집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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