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은밀한 현장] 세월호 참사에 대처하는 '꽃수사'·'마셰코3'의 방법

2014-05-08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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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에 대처하는 '꽃수사'와 '마셰코3' [사진=이형석 기자]

아주경제 이예지 기자 = 세월호 침몰 참사 스무사흘째다. 연예계는 '시끌벅적'을 지양한 채 조금씩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드라마 '개과천선'의 제작발표회를 시작으로 '트라이앵글', '닥터이방인', '너희들은 포위됐다'가 차례로 첫 방송을 알렸는데, 이들 드라마는 평소 두 시간에 걸쳐 진행되던 행사 시간을 대폭 축소하고 활발하게 오가던 질의응답 순서도 생략하면서 최대한 간결하게 마무리했다.

조용하고 엄숙하면서도 프로그램 소개의 의의를 다하고자 했던 제작진의 고심이 드러난 행사가 있었다. 바로 '꽃수사'와 '마셰코3'의 제작발표회.

7일 오후 진행된 tvN '꽃보다 수사대'(이하 '꽃수사')와 올리브 '마스터 셰프 코리아3'(이하 '마셰코3') 제작발표회 현장은 역시나 무거운 분위기였다. 연예인들은 모두 왼쪽 가슴에 큼지막한 노란리본을 달았고 침통한 표정으로 단상에 올라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애도했다.

마무리는 묵념이었다. "세월호 침몰 참사로 사망한 희생자와 아직 발견하지 못한 실종자 가족들을 위한 묵념으로 행사를 마무리하겠다"는 사회자의 마지막 코멘트는 현장에 자리한 연예인은 물론 관계자들의 고개를 숙이게 했다. 손을 바쁘게 움직이던 취재 기자들 역시 고개를 떨구고 함께 애도했다. 묵념하는 스타를 찍기보다 함께 묵념하는 몇몇 사진 기자도 눈에 띄었다.

'꽃수사'와 '마셰코3'가 다른 드라마와 달랐던 건 '함께'였다.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가슴 아파하는 국가적 참사 앞에서 '함께' 슬퍼할 수 있는 시간을 잠깐이나마 만들고자 했던 것.

울기 직전의 표정이 포털 사이트를 도배하면서 정작 드러났어야 하는 세월호 침몰 관련 이슈가 묻혔던 다른 연예 행사장과 비교했을 때, '꽃수사'와 '마셰코3'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전하는 진심이 더 따뜻한 위로가 될 수 있음을 암시했다. 

또 달랐던 것은 충분한 질의응답 시간이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애도한다는 취지 아래 질문 기회조차 없었던 다른 드라마 제작발표회와 달리 '꽃수사'와 '마셰코3'는 대부분의 행사 시간을 프로그램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한 질의응답 시간으로 채웠다.

참석 연예인들의 농담 섞인 답변도 나왔다. '꽃수사' 김희철은 자신의 성격을 '예의 바른'으로 표현하면서 자화자찬했고 '마셰코3' 김훈이 셰프는 개그맨 신동엽과의 인연을 소개하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 하나를 공개했다. 노년 배우 이순재는 "지각하는 배우는 대성할 수 없다"는 뼈있는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꽃수사'와 '마셰코3' 제작발표회는 세월호 참사 이전의 연예 행사와 다름없는 순서와 방식으로 진행됐다. 허나 어두운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 차분하면서도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됐다. 결국 프로그램 홍보와 세월호 침몰 희생자 애도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셈이다.

겉으로 보여지기에 급급한 눈물은 의미가 없다. 잠깐이었지만 함께 할 수 있었던 묵념의 시간, 첫 방송을 앞두고 일었던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 그것이 '꽃수사'와 '마셰코3'가 세월호 침몰 참사에 대처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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