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산업부 = 7일 원·달러 환율(이하 환율)이 5년 8개월 만에 1020원대(종가 1022.5원)로 하락하면서 수출 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통상 기업들이 연초 사업계획 수립 당시 세운 기준 환율이 1050원 내외인 점을 감안할 때 이미 산업계는 환율 공포의 한 가운데로 몰렸다. 환율 상승·하락 효과는 최초 발생 후 3~6개월 후에 반영되는 만큼 당장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환율하락이 지속될 경우, 기업은 원자재수입비용 및 외화차입금 이자 부담 감소보다 매출 감소폭이 더 커 수익성 악화로 빠지게 된다.
환율 하락의 가장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이는 업종은 자동차와 조선이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환율이 1020원대까지 하락할 경우 현대차는 3600억원 기아차는 2400억원 등 총 600억원의 매출 감소가 불가피 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연평균 기준 환율을 지난해와 같은 1050원으로 잡고 사업계획을 세웠다.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환율 10원 하락하면 매출이 현대차 1200억원, 기아차 800억원 감소하는 구조다. 양사는 국내 생산분의 75∼80%를 수출하기 때문에 환율하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현대차 관계자는 “글로벌 생산기지를 꾸준히 늘리며 생산·판매의 효율성 증가, 글로벌 소싱의 최적화로 원가를 줄이고 선물환 등 환율 헤지 운영을 통해 수익성 저하를 최소화하는 한편, 달러 결제비율을 줄이고 유로화 등 기타 통화를 점차 늘려간다는 방침이다”고 전했다.
통상 다섯 차례에 걸쳐 건조대금을 나눠서 받는 조선업계는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주 시점에 환율을 고정함으로써 단기간 환율을 급등락에 따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주로 금융상품 가입을 통해 자금의 환 헤지를 통해 손실을 막고 있는 구조라 환율 변동이 장기화 될 경우 피해는 불가피하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수주한 물량의 환차손을 가격에 반영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가뜩이나 저가 수주로 인해 수익성이 큰 폭으로 줄어든 조선업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철강업계와 정유·석유화학업계는 환율 하락 발생시 수익성에 도움이 돼 왔다. 원자재 수입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환율이 떨어지면 원화를 달러로 바꿔 결제하는 대금 부담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업종 모두 최근 수출 비중을 늘려왔기 때문에 환율 하락에 따른 채산성 악화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계상 기준 환율을 1070원으로 잡은 포스코는 일단 고로 일관제철소의 경우 철광석 등 원료의 수입 단가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해외시장에서 중국과 일본과의 가격 경쟁력에서 밀려 수출은 줄어들고, 수익성도 악화될 우려가 크다. 또한 회사의 최대 고객이 환율의 가장 큰 영향을 받는 현대·기아차와 현대중공업 등이라 이들 업체들로부터 상당수준의 제품 납품가격 인하 요구를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석유화학 업계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로 거둬들인 수익 감소분과 원유수입 부담 감소분과의 차이가 어느 선까지 미칠 지를 보고 있다”며, “상황에 맞춰 비상 경영을 실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반도체·전자 등 정보기술(IT) 산업은 수출 가격 하락이 불가피 하지만 원자재 수입비중도 높아 이를 상쇄할 수 있고, 글로벌 생산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총 30여개 이상의 통화로 제품을 매매하고 있는 만큼 환율 하락에 따른 영향이 제한적이다.
다만, 해외 공장에서도 각종 부품 등 국내 생산제품 적용량이 상당해 수출차액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데다 국내 생산거점에서 수출되는 제품이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장기적인 영향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다양한 환율 대책을 마련했음에도 지난해 4분기에 원화 강세로 영업이익이 7000억원 감소하는 부정적 영향이 있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측은 “달러화 외에도 유로화·엔화·루블화·위안화·헤알화 등 다양한 통화로 결제해 자연스럽게 특정통화가 오르면 특정통화가 내리는 등 위험 분산 효과를 거두고 있으며, 지불할 통화와 들어오는 통화의 매칭을 최대한 맞추도록 자금운영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