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기고>잔인한 4월을 보내며

2014-05-02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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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진순현 기자=“이렇게 고운 내 아이, 웃으면서 나간 내 아이... 제발 살려주세요”

대한민국이 온통 아이들의 어머니가 되어 울부짖고 있다. 울고 또 울어 봐도 기적 같은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차라리 보지 말아야지 하고 마음을 굳게 먹어도 어느새 조간신문에 눈이 간다.

한 면 한 면 아무리 봐도 기다리는 아이들은 돌아오지 않고, 한 구 한 구 싸늘한 죽음으로 돌아온 생명들의 신원을 파악하고 있다는 소식만 들려온다.

어찌 부모 자식 간 천륜의 정이 이리도 순식간에 끊어져버린다는 말인가.

그것도 눈앞에 생중계를 하면서 말이다. 사람이, 바다가, 하늘이 너무 무섭고 아프다.

세월호 관계자와 해경 간의 교신 내용을 꼼꼼히 읽고 또 읽어본다.

아무리 찾아봐도 탈출하라는 명령은 없다.

9시 직후부터 교신이 이루어진 30분이면 충분히 탈출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이다.

상식적으로 배가 침몰해서 배가 기울어졌으면 당연히 탈출을 위한 준비와 함께 탈출명령을 단호하게 내리고, 일사분란하게 탈출시켜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객실에 대기하라”는 방송만 한 채 책임자들은 먼저 탈출을 해버렸으니, 이런 무책임을 어떤 말로, 어떤 벌로 대신할 수 있단 말인가.

도저히 상식적이지 않은 이번 사태를 바라보며 살아남은 자도, 살아 돌아오지 못한 자도 또 이를 지켜보는 자도 원통하고 억울할 따름이다.

이제는 안전한 시신 이양만을 생각해야 하는 처지와 상황이 돼버렸으니, 지켜볼 수밖에 없는 사람인 게 그저 미안하고 부끄럽기만 하다.

아이들아, 정말 미안하다! 희생자와 가족 여러 분 정말 미안합니다!

무엇보다 이번 사고는 안전에 대한 불감증과 위기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의 무능함을 탓할 수밖에 없다.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당국자와 정부는 재발방지와 근본대책을 약속하지만 인재(人災)사고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모든 선장은 실종된 거나 다름없는 상황이 재발되고 있는 것이다.

집안에서 선장은 부모요, 지방자치단체의 선장은 도지사요, 교육계의 선장은 교육감이요, 한 나라의 선장은 대통령이다.

사태를 냉철하게 보자면, 선장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게 된다.

선장의 역할은 배에 탄 사람들을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역할을 수행해야하는 사람이다.

또한 위기 상황에서는 그 누구보다도 냉철한 이성으로 사태를 파악하고 민첩하게 대책을 세워 실천해야 하는 사람이다.

그의 판단과 명령이 수많은 목숨을 살리고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리사욕을 내세우지 않고, 인명경시가 아니라 진정 생명을 구하겠다는 생각으로 위기에 대처했더라면 귀한 목숨 더 구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자세와 각오 없이 역할의 옷만을 입었다면 그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꽃보다 더 예쁘고, 가만있으면 웃음소리 들릴 것 같은 아이들을 잃고 어찌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겠는가?

그렇지만 날마다 태양이 뜨는 세상의 이치가 이제 우리 서로 힘든 어깨를 일으켜 세워주면서 용기를 갖자고 작은 소리로 말한다.

차가운 바다에 아직 갇힌 이들이 더 서럽지 않게 우리가 벌떡 일어나서 서둘러 지상으로 모셔오고, 하늘에서나마 편히 쉴 수 있도록.

그리고 냉혹하게 다스려야 하는 일들은 한 치의 미혹도 없이 밝혀져야 하고. 그러면서 우리 사회에서 선장인 사람들, 그리고 나처럼 선장이 되겠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다시 막중한 책임감이 무엇인지 성찰해봐야 하고 나 또한 깊이 성찰해 보게 된다.

무너진 가슴들 책임져야 할 것이다. 누가? 그렇기에 나의 발걸음도 천근만근이다./김희열 제주도교육감 예비후보(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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