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시간 지나도 생존자는 고통받아…지속적인 관심 필요"

2014-05-01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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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에 마련된 세월호 희새장들과 실종자들을 위한 합동분향소를 방문한 한 시민이 안타깝게 희생된 아이들을 생각하며 흐느끼고 있다.[사진=이형석 기자]

아주경제 최수연 기자 = 지난달 16일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세월호는 여전히 아이들과 함께 수면 아래에 가라앉아 있다. 사고 발생 16일째 되는 1일 여전히 실종자들을 찾지 못한 가족들은 진도 팽목항에서 사고해역을 바라보며 구조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까지 구조자의 수는 174로 변함이 없다. 희생자들에 대한 슬픔도 크지만 생존자들의 고통과 슬픔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생존한 학생들 대부분은 친구들을 남겨두고 자신만 살아남아 극도의 불안감과 슬픔, 자책감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존자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 필요

생존자들 중에는 일상에 복귀한 학생도 있고 아직 외상 치료를 받고 있는 일반인도 있다. 생존자 학부모들은 "살아남은 아이들마저 죄인이 된 심정이다"며 "생존 아이들에 대한 지속적인 보살핌을 위해서도 정부와 모든 각계각층, 전 시민사회가 애써주길 바란다"며 호소문을 발표한 바 있다.

남궁기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장에 따르면 생존자들은 '생존자 중후군' 같은 증상들로 복합적인 여러가지 스트레스를 한꺼번에 받게 된다. 이로 인해 '원래의 상처회복능력'이 제 구실을 할 수 있도록 주위사람들이 도와야 한다.

최상철 을지의대 교수는 "그 아이들 자체로서는 두려움, 죄책감 그리고 이제는 기운이 좀 난 아이들은 놀고 싶다, 떠들고 싶다, 이런 말을 하는 아이들도 있다"며 "그런데 그 말을 함과 동시에 내가 이러면 내가 정상이 아닐것이다, 이래도 되는 것이냐 죄책감을 호소하고 기분변동을 계속 호소하고 있어서 상당히 유의해서 관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유년시절 단체 여행 길에 사고를 당해 목숨을 간신히 건진 생존자들은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지속적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0년 부산 부일외고 수학여행단 버스가 추돌사고를 일으켜 학생 및 교사 18명이 사망하고 97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한 적 있다.

그자리에서 목숨을 부지한 이지영(가명, 30, 여)씨는 "살아 있는 사람도 돌봐 주라. 생존자가 살아남았기 때문에 견뎌야 하는 처벌이 죄책감이다. 시간이 지난다고 잊혀지는 게 아니다"면서 "내가 보내지 않았다면, 내가 가지 말라고 붙잡았더라면, 이 지긋지긋한 '만약에'라는 가정(假定)이 평생을 따라다니면서 가슴팍을 짓누르며 숨도 쉴 여지를 주지 않는다. 전문가의 도움 등 반드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직 찾지 못한 89명의 학생들

아직 자식의 시체도 찾지 못한 가족들은 지쳐가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있는 진도체육관에는 하나둘씩 시신들이 수습돼 해당 가족들이 빠져나가자 남은 가족들은 시간이 갈수록 먼저 떠난 가족들이 오히려 부러운 듯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

물살이 센 사리 때인 이날 세월호 실종자 구조와 수색작업이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구조·수색 작업도 더뎌지고 하루에 1~2명의 시신이 발견되는 것으로 그치고 있다. 하지만 남은 89명의 실종자들을 찾기 위해 민관군 합동구조팀은 정조시간을 중심으로 구조 수색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인근 해역의 유실물 수색도 강화됐다. 전날 세월호에서 2㎞가량 떨어진 곳에서 시신이 수습됐기 때문이다. 

군·경, 지자체 등이 참여한 시신 유실 방지 전담반(TF)은 닻자망 어선으로 인근 해역을 확인하고 해안으로 떠내려온 유실물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세월호 사고 희생자 유가족들이 1일 오전 진도에 있는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안산 정부 합동분향소를 방문해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 아픔을 나눴다.  

고(故)최덕하군의 아버지 성웅(52)씨는 "추모공원이나 보상 같은 문제보다 실종학생 구조가 우선 아닙니까. 아직 돌아오지 못한 아들, 딸을 기다리는 가족들과 슬픔을 나누고자 다시 진도로 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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