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끊이지 않고 계속되는 금융권 사건·사고의 핵심 원인 중 하나로 모피아 또는 금피아 관료주의에 따른 낙하산 인사에 대한 논란이 대표적이다.
◆금융권, 신뢰 잃은 1년
지난해 9월 국민은행 일본 도쿄지점 부당대출 사건이 불거진 이후 11월 100억원대 국민주택채권 원리금 횡령사건이 발생하자 비난의 화살은 국민은행에 집중됐다.
올 초 KB국민·롯데·농협카드 고객정보가 대규모로 유출된 데 이어 지난 2월에는 KT ENS 협력업체의 대형 사기대출 사건에 휘말리면서 하나은행과 국민은행, 농협은행의 대출심사시스템이 도마에 올랐다.
이어 우리은행, 기업은행, 산업은행 도쿄지점에서의 부당대출 의혹도 불거지고 이달 초에는 국민은행 직원이 허위 입금증을 발급해준 사실도 밝혀졌다.
은행권 뿐만 아니라 보험사 등에서도 고객정보가 유출되면서 금융권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내부통제 부실·윤리의식 부재…원인은 '낙하산 인사'
사건·사고가 이어질수록 1차적으로 은행 내부통제시스템 뿐만 아니라 임직원들의 윤리의식 부재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전까지 발생한 사건·사고에 대한 재발방지용 내부시스템이 이미 정비됐음을 감안하면 근본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 내부시스템에 대한 문제도 있지만 낙하산 인사와 모피아 인사로 인한 폐해가 드러난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도 국민은행 도쿄지점 부당대출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낙하산 인사와 모피아 관치금융을 배경으로 지목하고 강력히 비판하기도 했다.
당시 이 위원은 "근본적 원인은 은행 업무에 대한 전문성이 결여된 과거 낙하산 인사 관행과 소위 모피아라 불리는 관치금융으로 인한 금융감독 소홀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낙하산 인사와 관치금융 문제에 대해 강력한 경종을 울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지배구조 흔드는 낙하산 인사
낙하산·모피아 인사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보다 금융사의 지배구조를 불안하게 만든다는 점이 꼽힌다. 금융지주사 회장이나 은행장 교체 시기가 다가올 때마다 이사회를 통해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하는 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늘 해당 시기만 되면 정부와 정치권 등에서 '특정 인물을 밀고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또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주요 금융그룹 회장의 거취가 주목되는 것도 결국은 정권의 입맛에 따라 금융권 리더에 대한 인사를 좌지우지해온 결과물이라는 지적이다.
이처럼 장기간 이어져온 낙하산 인사에 대한 금융권 일부의 인식도 '자포자기' 상태다.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회장 교체 당시 "어차피 낙하산 인사로 선임된다면 이왕이면 (관료 세계에서도)힘 있는, 높은 자리에 계시던 분이 선임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언급하기도 했다.
CEO 임기 만료 시기마다 이 같은 현상이 반복되다보니 내부 직원들의 사기도 저하될 수 밖에 없다.
더불어 낙하산으로 내려와 연임까지 하기 위해서는 첫 3년 임기 동안 업적을 올리기 위해 직원들을 단기 실적경쟁으로 내몰 수 밖에 없다. 이는 결국 금융사고 위험에 빠지기 쉽다는 점에서 낙하산 인사의 폐해로 꼽힌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박근혜 대통령이 관피아 관행을 끊겠다고 밝히면서 금융권은 모피아, 금피아 낙하산 인사 관행에 어떤 변화가 올 지 주목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능력있는 내부 출신 인사가 선임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