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금융권과 시민단체 등은 현재 논란이 되는 '해피아'(해수부 출신) 등 관료의 낙하산 인사 문제를 일시적으로 회피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관련기사 10면>
역대 어느 대통령도 철퇴시키지 못한 관료들의 낙하산 인사가 절대 하루 아침에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낙하산 인사 금지를 제도화하지 않는 이상 단순히 의지만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정부, 모피아ㆍ금피아 낙하산 금지
한국선급, 해운조합 등에 관료들이 최고경영자에 선임된 것이 세월호 참사 원인 중 하나라는 여론을 감안한 조치로 해석된다.
현재 금융권 CEO 중 관료출신은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전 재정경제부 제2차관),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전 국무총리실장), 최규연 저축은행중앙회장(전 조달청장), 김근수 여신금융협회장(전 기재부 국고국장), 홍영만 자산관리공사 사장(금융위 상임위원)이 대표적이다.
진웅섭 정책금융공사 사장(전 금융위 금융정보분석원장), 박병원 은행연합회장(전 재정경제부 1차관), 김규복 생명보험협회장(재정경제부 기획관리실장), 김주현 예금보험공사 사장(전 금융위 사무처장) 등도 해당된다.
새정치민주연합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금감원 출신은 조욱현 롯데카드 감사(상호금융국장), 정기홍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감사위원회 대표(금감원장보) 등이 있다.
또 예금보험공사 감사에 문제풍 전 새누리당 충남도당 서산·태안당원협의회 위원장, 기술보증기금 감사에 박대해 전 의원이 선임되는 등 정치권 출신도 금융권에 다수 포진돼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단기적으로나마 낙하산 인사가 금지됨에 따라 당분간 금융 공기업의 인사 적체도 예상된다. 현재 공석인 손해보험협회장과 주택금융공사 사장 인사가 더 늦춰질 가능성도 높다.
◆'세월호 참사' 면피 위한 꼼수에 불과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조치를 두고 '눈 가리고 아웅'식이라는 반응이 쏟아진다. 세월호 참사 후 낙하산 인사를 둘러싸고 들끓는 비판 여론을 일시적으로 피하기 위한 조치라는 지적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대통령도 못막는 관료주의를 단순히 정부와 관련업계의 자정노력 만으로는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며 "강력한 규정과 법을 만들기 전에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는 "정보유출 등 금융권 사건ㆍ사고의 근본 원인은 낙하산 인사로 인한 느슨한 경영"이라며 "관료들의 낙하산 인사를 막으려 한다면 엄청난 저항에 부딪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를 계기로 관료와 금감원이 아닌 정치권 출신을 위한 보은인사가 늘어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 세월호 사태로 낙하산 인사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8일 기술보증기금 상임이사로 강석진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비서실장이 임명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성명서를 통해 "모든 국민들로부터 (낙하산 인사가) 지탄을 받는 와중에도 공기업 이사 자리에 정치인을 내려 보냈다"며 "지금이라도 낙하산 인사를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오치화 금융노조 부장은 "모피아와 금피아 낙하산 인사 금지는 현 국면을 벗어나려는 일시적인 조치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