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한공주-도희야’ 누구를 위한 19금 청소년 문제 영화인가

2014-04-27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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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화이' '한공주' '도희야' 포스터]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영화 ‘화이’(감독 장준환) ‘한공주’(감독 이수진) ‘도희야’(감독 정주리)의 공통점은 주인공의 실제 나이, 또는 극중 연령대가 미성년자라는 점이다.

‘화이’의 타이틀롤 여진구는 만 16세이며 ‘한공주’의 천우희(27)는 고등학생을 연기했다. ‘도희야’의 김새론은 실제 나이와 같은 14살로 출연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세 작품 모두 청소년들이 봐야하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아 아쉬움을 남겼다.

‘화이’는 아이가 자라는 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각각 개성이 넘치는 다섯 의붓아버지를 둔 화이는 아버지들의 특기를 한가지씩 모두 배워 ‘괴물’로 자라났다. 높은 폭력성과 선정성, 공포, 대사, 모방위험 및 주제 부분이 등급에 영향을 미쳤다.

천우희의 재발견이라고 할 수 있는 ‘한공주’는 고등학생들의 집단 성폭행이 모티브가 됐다. 지난 2003년 경상도 밀양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남학생 44명에게서 근 1년간 집단 성폭행과 성고문을 받았다. ‘한공주’는 그동안 성폭행 사건들을 다룬 영화들과 다른 노선을 걸었다. 비슷한 소재의 영화들은 피해자의 가족을 주인공으로 설정하면서 복수를 한다는 설정이 많았다. 기존 작품들이 ‘성폭행’ 부분에서 분노를 느끼고 ‘복수’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구조였다면, ‘한공주’는 피해자가 세상으로부터 도망치듯 살아가는 모습을 담았다. 주인공 한공주(천우희)는 피해자이지만 당당할 수 없는 세상을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세상은 그런 한공주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다. 자극적인 성폭행 장면은 등장하지 않지만 남학생들의 폭력적인 부분이 자극적이며 거칠게, 지속적으로 표현된 부분, 모방위험 부분 때문에 19금을 받았다. 다양성영화로 전국 상영 중이다.

5월 개봉 예정인 ‘도희야’는 할머니와 의붓아버지 용하(송새벽)로부터 폭행과 학대를 받고 살아가는 14살 소녀 도희(김새론)와 시골로 좌천된 파출소장 영남(배두나)이 만나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위로하며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는 폭력적인 부분이 직접적이며 구체적으로 표현돼 있다며 약물, 대사 및 모방위험 부분에서도 청소년에게 유해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이유를 설명했다.

영등위가 설명한 이유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는 15세 등급을 받았다는 점에서 아쉽다.

살아있는 인간의 팔을 얼려 때려 부수는 장면이 등장하고 칼과 도끼, 총으로 꼬리칸 사람들을 몰살하고, 주인공 남궁민수는 후에 폭파를 위한 것이긴 하지만 마약류를 수집하는 모습이 담겼지만 글로벌 프로젝트 ‘설국열차’는 청소년이 관람할 수 있었다. 물론 살인 장면은 야간 투시경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처리하는 정성을 보이기도 했다.

과거 전 세계적으로 흥행했던 게임 ‘스타크래프트’의 경우 피가 붉은 색으로 표현되면 청소년이용불가, 녹색으로 변경할시 청소년이용가를 부여한 바 있다.

대부분의 감독들이 등급을 위해 상상력을 낮춰 표현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더구나 필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한 부분을 드러내는 것은 큰 결단이 필요한 일이다.

지난해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았다가 편집에 편집을 걸쳐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던 김기덕 감독의 ‘뫼비우스’.

김기덕 감독은 “두 번의 제한상영가로 영화 ‘뫼비우스’의 주제를 전하는데 심장 같은 장면을 약 3분 잘라내고서야 청소년불가를 받았습니다. 이 영화를 온전히 보고 싶어 하는 관객 분들께 죄송하고 아직까지 제가 바라보는 인간에 대한 고민은 한국사회에서 음란하고 위험한 생각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라고 하소연을 했다.

청소년도 볼 필요가 있는 영화들의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은 재고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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