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방망이 ‘관급공사 입찰 제한’에 되풀이되는 건설사 '담합'

2014-04-25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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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력정지 등 가처분 소송에 제한 실효 없어

올해 건설사들의 담함 행위가 적발된 경인아라뱃길. [아주경제 DB]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 =정부의 솜방망이식 처벌에 건설사들간 담합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담합 행위가 적발돼 처분하는 관급공사 입찰 제한 조치가 무용지물로 전락하면서 건설사 윤리 불감증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건설사들도 잇따라 나타나는 담합에 대해 건설경기 침체를 이유로 들며 어쩔 수 없는 관행이라는 궁색한 변명만 내놓고 있어 자정 노력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25일 조달청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의 인천지하철 2호선 담합에 참여한 21개 건설업체에 대한 과징금과 시정명령 의결서가 제출됨에 따라 계약심사위원회를 열어 입찰 제한을 결정했다.

앞서 지난 1월 공정위는 인천지하철 2호선 건설공사의 입찰을 담합한 21개 건설사를 적발해 과징금 총 1322억원을 부과하고 공사를 낙찰 받은 15개사 법인을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이들 건설사는 2009년 1월 이 공사 입찰에서 공구별로 낙찰예정자를 미리 정하고 들러리를 세우는 방식으로 낙찰액을 높였다는 혐의를 받았다.

입찰제한 기간은 16개 주도업체는 다음달 2일부터 2016년 5월 1일까지 2년이다. 나머지 5개 업체는 5월 2일~11월 1일까지다.

이에 따라 주요 건설사들은 일제히 관급공사 입찰 제한 사실을 공시하는 동시에 행정처분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및 행정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이 같은 조치는 당장 예정된 관급공사 입찰 제한을 미루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일단 행정처분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이 받아들여지면 행정처분 취소소송 판결 시까지 입찰 제한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관급공사의 비중은 건설사 매출에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갑작스런 입찰 제한은 경영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항변한다.

금융결제원에 2년간 입찰제한을 알린 9개 건설사가 환산한 해당 기간 관급공사 매출액(거래중단금액)은 약 21조원 수준이다. 한 개 업체당 2조3000억원이 넘는 수준이다.

대림산업이 3조9656억원으로 가장 많고 대우건설(3조5289억원)·현대건설(3조706억원) 등이 3억원을 넘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관급공사 매출액 1조7932억원을 기준으로 제시했는데 이를 2년간 매출로 환산하면 약 3조4000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이밖에 금호산업 2조696억원, 코오롱글로벌 1조5017억원, 태영건설 1조1927억원, 현대산업개발 1조1122억원, 두산건설 1조300억원 등 순이다.

대부분 업체의 매출액 대비 거래중단금액 비중은 20% 이상에 달했다. 금호산업(144.28%)·태영건설(54.70%)·두산건설(43.7%)·코오롱글로벌(40.99%)·대림산업(40.27%)·대우건설(40.18%)은 40%가 넘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잘잘못 여부를 떠나 최대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라며 “소송이 적게는 수개월에서 1~2년 가량 걸리기 때문에 이 기간 대응을 한 후 잘못이 판명되면 수용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도 조달청은 4대강 공사 입찰에 참여한 16개 건설사를 담합에 의한 부정당 업자로 지정해 입찰 제한 조치를 내린 바 있다. LH도 8개 지구 아파트 건설공사 입찰에 참여한 35개 업체를 대상으로 같은 조치를 내렸다. 한국수자원공사도 발주 공사에 참여했던 10개 대형 건설사를 입찰 담합에 의한 부정당 업자로 지정해 입찰제한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입찰제한 위기에 몰렸던 50여개 건설사들은 법원으로부터 잇따라 입찰 참여 제한 유예 판결을 받아 한숨 돌렸다.

이처럼 건설사의 가처분소송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입찰제한이 사실상 큰 효력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행정처분 소송에 적지 않은 기간이 소요되고 이후 법원이 장기간 입찰 제한 결정을 내리기도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의 경우 “정부의 압박 때문에 억지로 사업을 맡았기 때문”이라고 하거나 다른 담합은 “입찰 과정에서 나타나는 어쩔 수 없는 관행”이라는 게 건설사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그러나 건설 경기 침체를 이유로 반성 및 개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비판하고 있다.

담합 행위 처분에 대한 임기응변식 태도는 담합을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만 해도 인천 지하철 2호선 공사 외에도 광주 총인처리시설, 대구 지하철 3호선, 경인아라뱃길(경인운하), 부산지하철 1호선 연장 등 공사에서 건설사들의 담합 행위가 적발됐다.

한 건설 관련 전문가는 “건설 산업 패러다임이 변화하면서 업체들도 선진 시스템을 갖춰야할 때지만 아직도 관행에 얽매인 경우가 많다”며 “정부는 솜방망이식 처벌을 지양하고 건설업체는 자정 노력을 강화해야할 때”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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