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24일(현지시각)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열린 ‘제13차 국제 경쟁네트워크(ICN) 연차총회’에서 담합 적발에 효과적인 자진신고 활성화를 위한 ‘형벌면제 혜택’을 제안했다.
노대래 위원장은 이날 발표에서 자진신고 제도가 성공하기 위한 필수적 3가지 요건을 우선 거론했다. 필수적 3가지 요건은 △자진신고를 하면 확실히 그 혜택을 받게 된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게 제도를 설계해야 하고 △경쟁당국의 담합 적발능력이 강화돼야 하며 △적발 때에는 엄중하게 제재해야한다는 역설이다.
공정위 자진신고 제도의 첫 도입은 지난 1997년으로 올해 18년째 운용을 언급한 노 위원장은 첫 도입 당시 유명무실했던 운용경험을 설명했다. 자진신고를 하더라도 과징금 감면여부와 그 폭을 공정위가 재량으로 결정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자진신고를 기피하게 된 원인이었다는 것.
이에 따라 공정위는 담합을 자진 신고한 기업이 리니언시 혜택을 확실히 받을 수 있도록 2005년 제도를 개선한 사례를 소개했다. 아울러 과징금 부과상한도 관련매출액의 5%에서 10%로 두 배 올리는 등 실질적인 과징금 부과액을 지속적으로 높여온 점도 강조했다.
특히 담합한 기업에 대해서는 지난해부터 법인을 비롯한 행위자 개인까지 형사처벌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빼놓지 않았다.
노대래 위원장은 이와 더불어 “입찰담합이 적발된 경우 발주기관은 반드시 담합에 참여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하도록 제도화했다”며 “최근 공정위에는 국내카르텔 사건뿐만 아니라 국제카르텔 사건에서도 자진신고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정위가 디지털 포렌식 팀을 신설해 디지털 조사기법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직원 교육을 강화하는 등 담합 적발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해왔다”면서 “입찰담합 적발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IT기술을 활용, 조달청 등 유관기관과 입찰담합 징후분석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자진신고 제도의 개선과 제재수준을 강화한 2005년부터를 보면 자진신고 건수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2005년 18건에 머물던 자진신고 건수는 2006년 72건으로 증가했고 과징금이 부과된 담합사건 중 자진신고에 의해 인지된 사건 비율도 꾸준한 증가세다.
공정위가 자진신고를 통해 담합을 인지한 사건 비율을 보면 2006년 22.2%, 2008년 46.5% 2010년 69.2, 2013년 79.3% 등으로 늘었다.
노대래 위원장은 이처럼 자진신고 제도의 투명설계와 확실한 혜택이 담합 근절에 효과적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자진신고를 활성화 시키려면 과징금 면제만으로는 부족하고 형벌면제 혜택까지 부여해야한다”고 제안했다.
기업입장에서 부과된 과징금은 상품원가 반영으로 추후 가격인상 등을 통해 보전 받을 수 있어 과징금 면제의 큰 혜택을 느끼지 못한다는 뜻에서다.
그는 “경쟁당국은 자진신고 제도가 담합으로 이득을 본 기업에게 이중으로 면죄부를 주는 결과가 된다는 일부 지적도 있으나 카르텔 적발에 장점도 많다”며 “담합기업이 형벌이나 과징금을 면제받더라도, 결국 담합이 적발되면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소송의 길이 열리고 담합기업은 더 큰 비용에 직면한다”고 시사하는 바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