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움츠린 다문화가정 여성들, 당당한 도전이 필요하다

2014-04-24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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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진 여행사 정명진 대표


아주경제 기수정 기자 =국내 다문화 가정의 인구 수가 58만 명을 넘어섰다. 오랜 시간 단일민족 국가라 여겨지던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다문화 가정’이라는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된 것이다.

다문화 가정이란 일반적으로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국제결혼 가정을 의미한다. 허나 우리나라에서 다문화 가정이라 하면 ‘한국인 남성이 외국 여성과 결혼한 형태’의 가족 모습을 일컫는 말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보통 ‘결혼 이주여성’이라 불리는 다문화가정의 여성들은 이주 초반 낯선 문화와 한국어 사용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한국생활에 적응이 되면 이내 다시 사회로 나와 한 사람의 사회구성원으로서 인정받고 싶은 생각이 들게 되기 마련이다.

현재 다문화 가정 여성들이 가정을 벗어나 사회로 진출할 수 있는 분야는 다문화 가족지원센터의 통번역사나 일용근로직 등 대부분 단순 노동직으로 한정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진 여성으로 활약하고 싶어도 사회적 인식 및 일자리 매칭의 한계로 한국 사회에서 꿈을 키워나가고 싶은 다문화 가정 여성들의 의욕이 좌절되기도 한다.

자신의 모국어에 능통하고 한국 사회와도 익숙한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정말 이런 일차원적인 단순 노동직밖에 없는 것일까. 다문화가정의 여성들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서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지역사회의 발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인력으로 활용되기 위해선 이들이 가진 특성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맞춤화된 일자리 개발이 필요하다.

그중 그들의 장점을 가장 잘 살리고, 국내 산업의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는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관광산업’이다.

우리나라를 찾고 있는 외국인 수는 점차 증가해 1000만 명을 돌파한지 오래다. 특히 최근에는 한류열풍을 타고 베트남,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 지역에서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도 200만 명을 넘어서 그간 중국과 일본 등에 집중됐던 방한 외국인들이 다양화 되는 추세다.

하지만 중국, 일본, 영어권 국가들과 달리 동남아 지역의 관광객들은 쇼핑이나 길안내 등의 도움을 받기가 굉장히 어렵다. 이들을 위한 관광지원 시설은 물론 이들에게 한국을 소개하는 정식 관광가이드의 수도 턱없이 부족해 제대로 된 관광을 즐길 수 없는 것이다.

2013년도 관광통역 안내사 총 합격자 수를 볼 때, 합격자 1600여명 중 영어 230여명, 일어 240여 명, 중국어는 1100여 명인데 반해 베트남어와 태국어를 사용할 수 있는 합격자 수는 각 4명, 8명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가이드 역시 중국, 일본, 미주권에 몰려 있다.

바로 이 부분에 다문화가정 여성들이 강점을 살릴 수 있는 포인트가 있다. 가장 중요한 언어적인 부분은 누구보다도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고 한국에서 거주하며 자연스럽게 체득한 다양한 정보와 지식, 고유한 정서 등이 기본적으로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기본적인 교육만 체계적으로 받는다면 빠른 시일 내에 자격증을 획득해 전문 관광통역 안내사로 활동할 수 있다.
관광통역 안내사는 단순 노동직이 아니라 전문직으로 인정받는 직업이기 때문에 시간당 급여도 높은 편이며 근무 시간 조절도 가능해 다문화 가정 여성들에게는 좋은 사회 진출의 활로가 될 수 있다.

전문적인 직업을 갖고 싶어도 ‘결혼 이주여성’이라는 이유로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었던 다문화가정의 여성들에게 ‘관광통역 안내사’는 본인의 장점을 발휘하며 사회적으로 인정받음과 동시에 국내 관광산업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직업이 아닐까 생각한다.

낯선 타국으로 이주해와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결혼이주 여성들이 이러한 기회를 적극적으로 잡아 한국 사회에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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