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 저성장 늪 탈출하자 - 상] 위기에 직면한 유통업… "소비자 지갑이 닫혔다"

2014-04-2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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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국내 유통업계가 저성장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장기 불황 탓에 소비심리가 살아날 기미조차 보이질 않고 있다. 여기에 출첨제한·영업금지 등 각종 규제에게 발목을 잡혔다.

이로 인해 백화점·대형마트 등 국내 유통업체들이 실적에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 저성장 늪에 빠진 유통업계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출이 사실상 제로 성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백화점은 소폭 신장하는 데 그쳤고 대형마트는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지난 1분기 롯데백화점 매출은 기존점 기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1% 늘었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은 3.8%, 신세계백화점은 2.1% 각각 증가하는 데 그쳤다.

불황과 영업규제의 이중고를 겪고 있는 대형마트는 더욱 심각한 상태다.

올해 들어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 매출은 모두 지난해보다 줄었다. 1분기 이마트 매출은 기존점 기준 지난해보다 1.9% 떨어졌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도 각각 4.0%, 4.1%씩 매출이 감소했다.

이러한 모습은 최근 몇 년째 지속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대형마트 매출은 지난 2012년 2분기부터 계속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소폭 신장에 그쳤다. 하지만 그마저도 지난 2012년 낮은 성장에 따른 기저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즉 실제로는 마이너스 성장한 셈이다.

◆ "세일도 소용없다… 소비 계속 줄어"

백화점들이 야심차게 준비한 세일도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롯데·현대·신세계 등 국내 주요 백화점들이 진행한 봄 정기세일 매출이 전년 대비 한 자릿수 성장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4일부터 20일까지 진행한 봄 정기세일 매출이 기존점 기준 지난해 행사 때보다 3.8% 늘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기존점 기준 같은 기간 3.3%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이보다 낮은 2.0% 오르는 데 그쳤다. 이외에 갤러리아백화점과 AK플라자는 각각 4%, 7% 상승했다.

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 세일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의류 매출이 시원치 않았다"면서 "그나마 가을 윤달의 영향으로 결혼 수요가 봄철로 몰리며 혼수용품이 매출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1인당 구매 금액 역시 계속 떨어지고 있다.

산업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국내 주요 백화점 3사의 1인당 구매 단가는 11월을 제외하고 모두 전년 대비 역신장했다. 올해 들어서는 1월 설 명절 영향으로 소폭 상승했지만 2월 들어 다시 전년 대비 줄어들었다.

대형마트의 경우 지난해와 달리 올해 한 달가량 이른 설로 지난 1월 객단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2월 들어 다시 크게 줄었다.

◆ 소비심리 회복 더뎌… 외형 성장도 한계 직면

소비심리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점도 유통업체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를 살펴보면 지난 3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8로 전월과 똑같았다. CCSI는 소비자들의 경제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지수로 기준치인 100보다 높으면 소비자심리가 낙관적임을 뜻한다.

CCSI가 지난 2012년 12월 99에서 이듬해 1월 102로 오른 이후 꾸준히 기준치를 웃돌고는 있지만 회복세가 제한적이다. 실제 지난 2013년 8월 105에서 9월 102으로 떨어졌고, 10월과 11월 각각 106과 107로 올랐지만 12월 다시 제자리에 머물렀다.

외형 성장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백화점은 점포 확장의 한계에 직면했고, 대형마트는 출점 규제를 받고 있어 신규 점포 오픈이 사실상 멈췄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대형마트 3사의 신규 출점 12개에 그쳤다. 주요 백화점 3사의 경우 지난해 1996년 이후 17년만에 신규 출점이 단 한 곳도 없었다.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규모의 경제를 얻을 때까지 상당한 수준의 시간과 투자비가 소요되는 탓에 이 마저도 신통치 않은 실정이다.

대기업 유통업체 관계자는 "몇 년 전까지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오면 백화점들이 경기침체로 인한 합리적인 소비 확산으로 성장이 점차 둔화되고 있다"면서 "대형마트의 경우 규제까지 발목을 잡고 있어 올해도 어려운 시기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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