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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살 아들을 방치해 숨지게 한 정모씨가 아들의 시신이 든 가방을 들고 엘리베이터 거울 앞에서 머리를 다듬는 모습, 사진제공-대구동부경찰서]
아주경제 정광연 기자 =22살의 아버지가 자신의 2살 아들을 굶겨죽인 인면수심의 범죄를 두고 일각에서 사건의 책임을 게임중독으로 돌리려는 움직임을 보여 업계의 분노를 사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이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아동학대의 심각성을 방증하고 있다는 점에서 본질을 흐리는 악의적인 왜곡이 아닌 재발 방지를 위한 객관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구동부경찰서는 지난 14일, 생후 28개월 된 아들을 집에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정모씨(22세, 무직)를 붙잡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아내와 별거한 2월 24일부터 3월 7일까지 구미시에 있는 자신의 전세 아파트에 아들을 혼자 내려버두고 PC방과 찜질방을 전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건은 최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아동학대의 심각성을 대변하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또한 자신의 아들을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하고 시신까지 유기하는 모습을 볼때 정씨가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부 보수언론과 사회단체 등은 정씨가 평소 게임에 빠져있었다는 이유로 사건의 책임을 게임으로 떠넘기려는 움직임을 보여 업계의 분노를 사고 있다.
한 게임 관계자는 “이 사건은 자신의 아들을 살해한 잔인한 범죄”라며 “범인이 게임을 즐겨했다는 이유만으로 살인의 책임을 게임으로 떠넘기려는 것은 심각한 비약이자 악의적인 왜곡”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대구동부경찰서는 이 사건을 단순한 아동학대가 아닌 살인 사건으로 보고 있다. 정씨가 노숙자가 아들을 납치했다고 주장하다가 경찰의 심문이 이어지자 함께 투신, 자신만 살아나왔고 말을 바꾸는 등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을 여러차례 보였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두 살에 불과한 어린 아들을 장기간 방치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라며 “아들의 사망을 확인한 후 시신을 유기하는 과정에서 이번 사건은 유기치사나 학대치사가 아닌 ‘살인의(미필적) 고의’로 판단,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살인의 책임을 게임 중독으로 돌리려는 일각의 움직임에 대한 누리꾼들의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게임에 빠지면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논리라면 상당수의 국민들이 잠재적 살인자인 셈”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무리하게 게임중독과 연관시킬 경우 아동학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적 장치 마련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등한시 될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나타내고 있으며 무엇보다 비슷한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한 냉정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