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미국 워싱턴) 김정우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국제 무대 데뷔전에서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했다. 1년 전 같은 회의에서 김중수 전 총재와 현 부총리가 다소 어색한 첫 만남을 가진 것과는 다른 분위기다.
12일(현지시간) 오전 이주열 한은 총재가 미국 워싱턴에서 가진 기재부 출입기자단 오찬에서는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이 자리에 현 부총리가 함께 등장한 것이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한은 총재가 주관하는 오찬장에 현 부총리가 들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김중수 총재 시절 기재부와 한은은 시작부터 불화설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당시 기준금리 인하를 둘러싸고 양 기관이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정부는 작년 4월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고자 17조3000억 원 상당의 추가경정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정책조합'을 강조하며 금리 인하를 압박했으나, 한은은 같은 달 11일 금리를 동결하며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이에 따라 1년 전 워싱턴에서 열렸던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는 둘의 불편한 첫 만남에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두 기관장은 회의 내내 서먹한 모습을 연출했으며 언론들은 이를 집중 조명했다. ‘개인적으로 친하다’는 당사자들의 해명을 무색하게 만든 모습이었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기재부와 한은은 경기상황 인식과 금리정책에 대해 종종 시각차를 보였다. 함께 시너지를 창출해야 하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따로 놀다 보니 전체적인 정책 효과 역시 미미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올해는 다소 분위기가 달랐다. 지난 10일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 개막 당시 현 부총리는 회의에 처음 참석한 이 총재가 서먹서먹하지 않도록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들에게 일일이 소개해줬다.
둘 사이의 분위기도 시중 화기애애했다는 게 기재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 부총리가 자연스럽게 이 총재를 소개하며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말했다.
이런 유화 분위기는 이 총재가 취임하자마자 조성됐다. 현 부총리는 이 총재 취임 다음 날인 지난 2일 브라질에서 열린 미주개발은행(IDB) 연차총회 참석 후 긴 비행을 마치고 귀국 당일 직접 한은으로 가 축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이 같은 두 기관장의 찰떡궁합이 과연 거시정책의 시너지를 유발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