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사장은 이노션이 올해 처음 발간한 매거진 ‘라이프 이즈 오렌지(Life is Orange)’에 실린 인사말을 통해 “이번 봄에 주목하는 키워드는 바로 ‘어번 히피(Urban Hippies)’로, 흔히 베짱이라고 불리는 젊은 세대의 변화”라고 밝혔다.
그는 “히피라고 하면, 기존 시스템에 대한 반항이라든가 대도시를 떠나 자연 속에서 자신들만의 공동체를 만드는 모습 등이 떠오른다”며, “그러나 21세기의 어번 히피는 대중 트렌드에 휩쓸리지 않고자 하는 성향은 비슷하지만 도시 안에서 자신의 일상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차이점을 보인다. 게다가 도시를 떠나더라도 자신의 전문성이나 라이프스타일을 버리지 않고 어느 곳에서든 취향과 개성을 지켜낸다”고 설명했다.
트렌드 전문기관 및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1960년대 히피족들은 기존 사회의 사고와 제도 관습을 거부했다. 즉, 사회에서 요구하는 삶의 스타일, 단정한 머리, 깔끔한 면도, 정장 패션 대신 긴 머리에 수염, 나팔바지를 입고 다녔다.
어번 히피들도 히피족처럼 강제되는 사회적인 관습이나 인식을 넘어서 자율과 주체성을 갖고자 한다는 점에선 같다. 차이점은 자연이 아닌 도시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또한 라이프 스타일을 철저히 혼자 채워간다. 혼자 배낭여행을 떠나는 것은 물론 혼자 공원 산책을 하며, 혼자 둘레길 올레길을 걷는다. 혼자 식사를 하고, 혼자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음악을 듣고, 극장을 간다.
자연에서 조금은 살 수도 있겠지만 그곳에 정박하지는 않는 그들은 도시 공간속에서도 얼마든지 히피적인 자유로움을 추구한다. 특이한 점은 어번 히피들은 ‘혼자 있되 혼자가 아니다’는 것이다. 폐쇄적인 삶속에서 그들은 상대방에 대한 연민을 느끼고 배려하는 마음을 키운다.
최근 들어 한국에서도 협동조합 설립이 증가하고 있는데, 확장의 요인은 어번 히피들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기존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기업처럼 규모를 확장하는데 초점을 맞추거나 돈을 벌기 위해 정작 구성원들을 착취하거나 대상화한다. 반면, 협동조합은 구성원들의 참여와 합의, 공정한 분배와 향유를 통해 행복을 추구함으로써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자 한다.
지난 20세기는 개미의 시대, 조직 속에서 공통의 가치를 위해 개인의 일상이나 취향은 잠시 보류한 채 더 높은 성과를 위해 전력질주 한 시대였다. 20세기에 젊음을 보낸 개미 세대들에게 현재의 어번 히피들은 얼핏 베짱이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안 사장은 “한 가지 확실한 것은 21세기의 베짱이인 어번 히피들이야 말로 새로운 형태의 개미일수도 있겠다”고 전했다. 기존의 형식을 따르기보다 자신의 경험, 자신의 소신대로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이들의 생각, 들여다볼수록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어번 히피들을 ‘다른 그들’로 치부하고 배척하기 보다는 한국사회 성장을 위한 긍정적인 발판이 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