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업 더 강해졌다…글로벌 금융위기후 중국·일본과 격차 늘려

2014-04-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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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한국 조선산업의 질(質)적 경쟁력이 더욱 강해졌다.

1998년 IMF외환위기와 조선·해운 거품 붕괴의 주요인이 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한국은 중국 및 일본과의 격차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본지가 조선국제 해운·조선 시황분석기관 클락슨 리포트의 연도별 한·중·일 3국 상선 수주량 데이터를 토대로 지난 1996년부터 2014년 3월까지 연도별 수주 선박 1척당 평균 표준화물선 환산톤수(CGT)를 계산한 결과, 조사기간 내내 한국은 중국과 일본에 단 한차례도 1위 자리를 빼앗기지 않았다.

통상 국가별 조선산업 순위는 수주 선박이 적재하는 화물의 양을 나타내는 ‘재화중량톤수(DWT)’라는 단위를 사용한다. 하지만 조선업체에서는 CGT를 더 의미있는 수치로 보고 있다. CGT는 선박의 가공공수, 설비능력 및 선가, 작업 공사량, 부가가치 등 DWT나 총톤수(G/T, 건조된 선박의 총 무게)에서는 나타낼 수 없었던 것을 상대적인 지수표시인 CGT계수를 사용해 구한 것이다. 다양한 선박의 가치를 DWT나 G/T로 비교할 수 없기 때문에 도입된 것으로, 수주 선박의 CGT가 높다는 것은 수익성이 높은 고부가가치 선박을 수주했다는 것을 뜻한다. 즉, CGT의 수치가 높은 국가를 실질적인 업계를 주도하는 선진국으로 인정받고 있다. 중국의 부상에도 한국이 세계 1위 조선국가로 불리는 이유다.

조사 결과, 한국의 척당 평균 CGT는 글로벌 외환위기 직전인 2007년 2만7388.3CGT에서 올 1분기(1~3월)는 3만4472.6CGT로 상승했다. 특히 한국은 2011년 이후 4년 연속 평균 CGT가 3만선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중국은 1만5639.3CGT에서 1만9175.5CGT, 일본은 18478.1CGT에서 18950.4CGT에 머물렀다. 올 1분기 중국은 평균 CGT에 있어 일본을 처음 제쳤지만, 한국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은 추세다.

특히, 한국은 조선 분야 국가별 순위에 있어 1위에 오르기 전에도 이미 일본을 앞지르고 있었다. 1996년 한국의 평균 CGT는 2만5310.7CGT인데 반해 일본은 1만4994.1CGT로 무려 1만CGT 이상 차이가 났으며, 국가부도사태라 불렸던 IMF 외환위기가 발발한 직후인 1999년에도 한국은 2만6642.2CGT로 일본의 1만7374.1CGT를 압도했다.
 

20여년 가까이 한국 조선산업이 고부가가치 면에서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배경은 조선업을 일으킨 국가 중 유일하게 ‘톱-다운식 성장 모델’을 성공시켰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먼저 초대형 조선사인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가 세계 시장을 호령하는 가운데, STX조선해양과 한진중공업, 성동조선해양 등 빅3에 버금가는 대형 조선사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초대형 조선소들은 선박의 대형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강력한 수주 드라이브를 통해 일감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설계 능력 및 기술력 향상과 숙련된 기능공을 양성했으며, 기자재 국산화를 실현했다. 1990년대 들어 한국 조선업체들은 가격 경쟁이 치열한 벌크선과 중형 유조선 및 컨테이너선 시장 대신 드릴십을 비롯해 초대형 컨테이너선, 액화천연가스(LNG)·액화천연가스(LPG) 운반선, 초대형 유조선(VLCC), 초대형 광탄 운반선(VLOC) 등 고부가가치 선박에 역량을 집중해 이 시장을 사실상 독점했다. 이들 선박 1척 수주의 가치는 벌크선 3~4척의 수익성과 맞먹는다.

중국은 중앙정부의 막대한 재정과 선박건조금융 지원, 지방정부의 조선소 건립 러시로 단기간에 생산능력을 키우며 2009년 한국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거침없는 수주를 통해 저가는 물론 한국이 절대우위를 점하고 있는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에도 진출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질 적인 면에서 한국을 제대로 추격하지 못하고 있는 중국은 과잉투자의 후유증으로 건조 물량을 보유하지 못한 조선사들이 상당수에 이르러, 지방정부 재정난을 넘어 국가 전체 경제의 불안 요인으로 대두되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전체 산업에 미칠 악영향은 클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사정은 더욱 시급하다. 규모의 사업을 실현하기 위해 몇몇 조선소를 통합하는 한편, 엔저를 기반으로 선박 수주가 증가해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이는 착시현상일 뿐이다. 조선소 공간이 협소하고, 인건비 면에서 불리함을 이겨내지 못해 10여년간 고부가가치 초대형 선박 건조 경험이 전무해 기술 축적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평균 CGT에서도 올해 처음으로 중국에도 밀릴 처지까지 몰렸다. 획기적인 개선안이 없다면 일본의 침몰을 막아낼 순 없어 보인다.

이러한 상황은 경제회복 이후 한국 조선업의 승자독식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양적인 부분에서는 한국이 중국을 따라잡긴 어려울 것이다. 반면, 부가가치 면에서 한국은 최소 10년 이상 중국이 따라오지 못할 경쟁력을 유지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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