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재벌 곳간 꽁꽁… '미래 투자' 13% 뚝

2014-04-03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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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박정수 기자 = 국내 10대 재벌 상장사가 미래 이윤창출을 위해 쓰는 비용인 자본적지출(CAPEX)을 1년 만에 13% 가까이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신규 투자를 꺼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3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10대 그룹에 속한 상장사 CAPEX는 2012년 44조7311억원에서 이듬해 38조9924억원으로 1년 만에 12.83% 감소했다.

대기업집단별로 보면 GS그룹(-50.98%), 한화그룹(-33.96%), 삼성그룹(-22.01%), SK그룹(-21.32%), LG그룹(-11.89%), 현대중공업그룹(-8.40%) 순으로 감소율이 컸다.

CAPEX를 늘린 곳은 포스코그룹(18.08%), 현대자동차그룹(3.14%), 롯데그룹(1.36%) 3곳뿐이다.

특히 이익이 늘어난 대기업집단을 중심으로 CAPEX 감소가 두드러졌다. 

삼성그룹에 속한 상장사 13곳은 2013년 별도 기준 영업이익이 23조3722억원으로 전년 21조9251억원 대비 6.6% 증가했다.

반면 CAPEX는 같은 기간 15조7955억원에서 12조3181억원으로 22% 넘게 줄었다.

대장주인 삼성전자도 영업이익이 2013년 21조8070억원으로 1년 만에 18% 가까이 증가한 데 비해 CAPEX는 약 28% 감소한 10조원 남짓에 머물렀다.

SK그룹(16개사)은 SK하이닉스 흑자 전환(3조2151억원) 덕분에 영업이익이 3조7276억원에서 7조2162억원으로 90% 이상 늘었으나 CAPEX는 7조1155억원에서 5조5985억원으로 21.32% 줄었다.

롯데그룹도 마찬가지다. 2013년 7% 이상 영업이익이 늘어난 데 비해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1조1368억원에서 1조7664억원으로 약 55% 늘려 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최원락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기가 침체에 빠졌고 국내 수요도 살아나지 않자 기업이 설비투자를 꺼리고 있다"며 "현금을 쌓는 것도 경기 전망이 좋아진 후 성장기회를 포착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최 연구위원은 "정부가 경제민주화를 외치면서 순환출자 금지를 통해 설비투자가 위축된 면도 있다"면서 "최근 규제개혁 방안이 나오고 있으나 재계는 아직 확신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쥐고만 있는 돈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 부활을 비롯한 정책적인 도움도 필요해 보인다.

임시투자세액공제(1982∼2011년)는 기업투자 촉진을 위해 설비투자 금액 가운데 일부를 소득세 또는 법인세에서 빼주는 제도다.

대기업집단이 곳간을 열지 않으면 결국 경제성장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기업정책실장은 "유보금을 쌓는 것과 투자에 나서는 것은 경영판단상 문제"라며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위기를 기회로 삼고 설비투자에 나서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정부가 창업기업을 활성화하는 측면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을 비롯한 유망사업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설비투자를 끌어낼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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