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청춘학당' 배슬기 "나도 여자랍니다"

'청춘학당'에서 향아 역을 맡은 배슬기 [사진=아주경제DB]

아주경제 이예지 기자 = 배슬기(29)가 누군가. 2005년쯤이었을 게다. 당시 강호동, 신정환, 천명훈 등이 출연해 '짝'을 찾는 버라이어티 '연애편지'라는 인기 예능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복고 댄스' 열풍을 일으키며 혜성처럼 등장한 스타다. '그저 그런' 연예인인 줄로만 알았다면 오산이다. 배슬기는 중국 드라마 '경무세계'에서 주연을 맡으며 세계 무대로 발을 뻗었고 착실하게 쌓아온 내공이 드디어 폭발했다.

영화 '청춘학당: 풍기문란 보쌈야사'(이하 '청춘학당'ㆍ감독 도창훈)는 조선시대 남녀가 함께 다니는 학당을 배경으로 하는 코믹 로맨스. 총각 보쌈꾼들에게 끌려간 목원(이민호)과 류(안용준)가 얼굴도 모르는 여자에게 겁간을 당하는 황당한 사건이 벌어지면서 발생하는 에피소드를 그렸다. 배슬기는 여기에서 목원의 마음을 훔치는 향아 역을 맡았는데, 훔치고 싶은 입술과 품고 싶은 눈빛을 가진 향아는 '청춘학당'을 이끄는 주역이라고 해도 손색없는 캐릭터다.

'청춘학당' 개봉 직전 만난 배슬기는 '여자'였다. 브라운관 속 밝고 톡톡 튀는 재기발랄함은 기본이었고,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심혈을 기울이는 진중함은 덤이었다. 더 솔직하고 더 당당한 것, 그게 '자신'이라고 말하는 배슬기가 말하는 '진짜'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청춘학당'에서 향아 역을 맡은 배슬기 [사진=아주경제DB]

# "나도 여자랍니다"

항간에 떠도는 소문이 있었다. "배슬기는 야한 영화만 한다." 지난 '야관문'도 그랬고, 이번 '청춘학당'도 그랬다. 온라인에는 홍보성 짙은 자극적인 멘트가 주를 이뤘고, 그럴 때마다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는 '배슬기' 이름으로 도배됐다.

관련기사

• '청춘학당' 배슬기·성은 '19금' 대결…집에서 혼자 몰래?
• 누나 배슬기 당황시키는 이민호의 돌발발언 "누나 잘 씻어요"

배슬기는 사람들이 '오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하는 듯했다. 어쩔 수 없는 방법일 테니까 이럴 땐 차라리 즐기는 편이 낫다는 것이 그의 의중.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즐긴다'기보다 '받아들인다'가 맞겠다.

"영화 '야관문' 때부터 제가 노출한다더라, 베드신을 찍었다더라 하는 내용의 반응이 많았어요. 작품의 성격이 그러니까… 당연히 오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속상하긴 해요. 그래도 무관심보다는 낫다고 생각해요. 저는 괜찮은데 오히려 주변에서 더 걱정하는 상황이죠."

"저도 여자니까… 기사나 악플에 상처도 받아요. 그런 경험도 많고요. 사실 '야관문' 때는 상처가 컸어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사람들이 그런 말들을 다 믿지는 않더라고요. 어차피 그게 저의 모든 건 아니니까요."

그럴 줄 알았다면서도 '청춘학당'을 선택한 이유는 가벼운 마음으로 유쾌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대선배 배우 신성일과 호흡을 맞췄던 '야관문'이 어두운 색깔이었다면 '청춘학당'은 밝은 색깔이니까.

"'야관문' 제작사 대표님이 '청춘학당'도 제작하셨어요. 그러면서 인연이 시작됐는데, 시나리오를 보니까 느낌이 굉장히 밝은 거예요. 이미지 변신까지는 아니더라도 새로운 느낌을 보여드릴 수 있겠구나 싶었죠. 하면서도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하하."
 

'청춘학당'에서 향아 역을 맡은 배슬기 [사진=아주경제DB]

# "10년째 대학생? 이제 좀 아쉬워요"

알고 보면 영화학과 대학생이다. 이제 마지막 학기를 남긴 10년차 늦깎이 졸업생. 연기라든지 방송 활동만 해도 빠듯할 터인데 마지막 학창 생활을 즐기고 있는 배슬기는 자가용보다는 셔틀버스를 애용하고 백화점보다는 학교 잔디밭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마지막 학기에요. 어제도 과제를 하느라 새벽까지 잠을 못 잤어요. 그래도 뭔가를 배울 수 있다는 것, 제가 성장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손을 놓을 수가 없어요. 졸업하면 끝이잖아요."

누군가에게 과제를 부탁한다거나, 출석 일수를 채우기 위해 잠깐 얼굴만 비치는 것 같은 '행세'는 하지 않았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 무거운 눈꺼풀을 들추어가며 영상을 편집한다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로 작품을 기획하는 등의 과제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이제는 학과 교수들에게도 인정받는 어엿한 대학생이다.

작년에는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MT까지 다녀왔다. 학교 선후배들과 함께 어깨를 맞대고 같은 고민을 할 수 있었던 시간. 함께 울고 웃었더니 이제는 '졸업'이 아쉽단다.

"졸업하면 정말 서운할 것 같아요. 예전에는 활동과 학업을 병행하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저도 대충대충 하는 성격이 아니라서 활동에 집중하기 위해 학교를 잠시 쉬었던 적이 있었죠. 그때는 빨리 졸업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졸업 후에는 '재미'가 없어질 것 같기도 해요."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배슬기는 이제 데뷔 10년차 배우가 됐다. 필모그래피가 쌓여갈수록 그리고 해를 거듭할수록 어깨에는 무게가 더해졌고, 잘 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부담감도 생겼다. 그럼에도 배슬기의 다음 행보가 궁금한 건 매사에 최선을 다하고 솔직당당한 매력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