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황해시대’ 미래를 그리다] ① 한중일 철강업

2014-03-31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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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세계를 좌우하는 아시아의 시대가 왔다. 세계경제 속 아시아의 존재감은 비약적으로 높아지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가장 역동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동아시아 경제 주축인 한중일 3국은 새로운 발전의 패러다임을 모색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 만해도 한중일 3국의 경제관계는 경쟁보다 협조적 분업구조가 유지되어 상호보완적 측면이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세계를 상대로 생존해야하는 경쟁의 시대로 돌입했다.

한국은 대기업의 빠른 의사결정에 따른 선제적인 투자와 제조기술을 중심으로 한 조립완성품 분야의 조직능력이 강하다. 중국은 광대한 국토와 13억 인구의 소비력, 과학기술 투자로 양성되는 전문 인력이 강점이다. 일본은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이 많으며 그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부품, 소재, 장비 중심으로 비교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한중일 3국이 생존을 위한 경쟁의 시대에서 윈윈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비교우위를 인식하고 강점은 살리고 약점을 보완하는 새로운 협력관계 구축이 필요하다. 이는 경제뿐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이루어져야 시너지효과를 볼 수 있다.

한중일 3국이 새로운 황해시대를 열고, 함께 번영할 수 있는 길은 어디에 있는지 짚어 나가고자 한다. (편집자 주)


① 한중일 철강업

최근 한국의 철강업계는 공급과잉과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국 철강 산업은 급격한 경제성장을 배경으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고, 일본 철강 업체들의 실적이 개선되면서 국내 업체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업계는 중국이 철강 생산 설비를 급속히 늘려 전 세계 철강 재고가 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국내 철강사들의 작년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20%이상 급감했다.

한편 빠르게 성장해온 중국의 철강업은 과거 10년간 조강생산량을 4배 이상 늘리며 2011년 세계 조강생산량의 약 45%를 차지하고 있으며 세계 10대 철강기업 중 5개가 중국기업이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철강업은 공급과잉과 가격하락 등으로 어려움에 빠지기 시작했다. 바오강 그룹(寳鋼)의 허원보(何文波) 총경리는 철강 생산 증가량의 둔화 이유를 "환경 대응에 대한 비용이 늘어 철강 업계의 수익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베이징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는 허베이(河北)성 철강 설비들이 최근 폐쇄됐다. 중국철강공업협회에 따르면 2012년의 조강생산량은 과거 최고를 경신했으나 중국내 주요 철강기업 80곳의 결산은 수익이 떨어지면서 순이익은 전년대비 98.2%나 감소했다.

일본 철강업은 2012년 10월 신일본제철과 스미토모금속공업의 합병을 통해 세계 2위의 조강생산량으로 아시아 최대 철강기업인 ‘신일철주금’이 탄생했다. 기술력에서 세계적인 두 기업은 규모 확대를 통해 비용절감, 원료 및 연료의 조달 등 가격협상 강화에 매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일본 철강업체들의 실적을 보면 영업이익이 48% 급증했다. 엔화 약세로 수입원자재 부담이 커진 일본 철강업계의 실적이 호조를 보이는 것은 철강수요가 증가세로 돌아섰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일본 내에도 중국의 저가 철강이 유입되기 시작해 저가격 철강재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중국기업이 주도권을 잡고 일본 철강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그러나 세계 철강업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던 중국발 과잉 공급 구조에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체제가 들어서면서 중국이 철강 설비를 감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한 해에 10억 2000만 톤을 생산할 수 있는 철강 설비를 앞으로 5년 안에 8억 5000만 톤 규모로 감축하는 방안을 시행 중이다. 실제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지난해 7월, 24개 제강사와 9개 선철사 등 천만 톤 규모의 생산 설비를 연말까지 폐쇄한다고 발표했고 중국 철강 설비의 30%가 몰려 있는 허베이성도 1억톤 규모의 생산 설비를 향후 3년 안에 감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9월 오일환 철강협회 상근 부회장은 "세계 철강 산업은 수요둔화 및 공급과잉 심화로 본격적인 저성장시대에 진입해 주요 철강사들이 생존위기에 직면했다"며 "대내외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수요산업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한중일 3국이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중국강철공업협회 츠징동(迟京東) 부비서장은 "중국은 최근 12년 동안 연평균 4900만톤씩 조강생산이 증가해 공급 과잉 단계에 진입했다"며 "합병 및 구조조정을 통한 생산능력 최적화와 기술혁신, 제품 업그레이드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이치카와 일본철강연맹 전무는 "동아시아 지역은 철강생산 능력이 확대되고 있으며 수급격차 확대로 아시아 시장은 당분간 어려운 상황이다"며 "한중일 3국간에 건전한 경쟁, 민관 철강회의 및 철강통계 교류를 통한 경험의 공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처럼 한중일 3국간 철강업의 경쟁구도가 확대될수록 산업협력을 모색해야 한다. 철강 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 혁신적 기술개발, 산업간 융합 및 상생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협력을 바탕으로 동북아 철강 산업의 공정한 경쟁 질서를 구축하고 국가 간 기술·인적 교류 등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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