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치준 삼성전기 사장 "100명의 박사 달라더니…"

2014-03-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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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의 생활화…공부하는, 공부시키는 CEO

끊임없는 커뮤니케이션 폭 넓은 사고 유도

전자가격표시기 등 신사업에 성공 노하우 접목

최치준 삼성전기 사장

아주경제 이혜림 기자 = '과학적 사고·전문화와 상호작용·소통의 리더십을 통한 집단지성'

대표적인 '학구파 최고경영자(CEO)' 최치준 삼성전기 사장(사진)은 평소 과학적 사고를 강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소재 부품을 잘 다루기 위해서는 철저한 측정과 실증이라는 과학적 사고가 뒷받침 돼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때문에 그는 학습의 생활화, 끊임없는 의사소통으로 임직원의 폭 넓은 사고를 유도한다. 최고의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교육을 통해 조직 전체의 지적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박사 100명만 주십시오. MLCC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들겠습니다."

가업 승계를 위해 회사를 떠난 지 7년 만인 2002년 삼성전기 MLCC 사업팀장(상무)으로 업무 일선에 다시 서게 된 최 사장이 가장 먼저 한 일은 100명의 박사를 모으는 일이었다.

당시 회사 내에 전체 박사 인력 수는 총 80명 수준. 한 사업군에 100명의 박사를 배치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하지만 최 사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직접 물리 교과서를 가지고 사원을 교육하기 시작했다. 인문계든 이공계든 출신 전공도 가리지 않았다. 원리부터 차근히 가르쳐 나갔다.

복귀 초반이었지만 최 사장은 단기성과에 집착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기본에 충실했다. 먼저 최 사장은 MLCC사업을 담당하는 LCR사업부의 인력을 개발부터 생산·구매 담당자까지 모두 박사로 채워나갔다. 박사 인력의 기용은 자연스럽게 조직에 공부하는 문화를 가져왔다.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인재가 모여 의사소통을 하다 보니 업무의 효율성도 배가됐다. 

전류가 안정적으로 흐르게 하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는 스마트폰·PC·TV·가전 등 모든 전자기기에 탑재되는 필수 부품이다. 2001년까지만 해도 삼성전기의 MLCC 점유율은 3%, 업계 8위에 불과했다. 당시 MLCC는 무라타제작소·TDK·다이요유덴 등 일본 회사의 전유물이었다. 삼성전기는 원자재는 물론 일본 기업이 쓰고 버린 설비를 사들여 제품을 생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무엇이든 기본이 제대로 돼야 새로운 법칙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최 사장식 생존원리는 3년 만에 놀랄 만 한 성과를 일궈냈다. 결국 2005년 삼성전기는 똑같은 크기에 용량을 두 배 키운 제품을 포함한 3개의 세계 최초 제품을 내놨고 이때부터 MLCC 매출은 급격히 성장했다. 2009년에는 점유율 2위까지 뛰어올랐다.

이후 MLCC는 삼성전기의 캐시카우로 자리 잡았다. 제품 교체 주기가 짧고 빠르게 성장하는 휴대폰과 태블릿PC 시장에서 승산이 있다고 판단해 인적·물적 역량을 집중시킨 그의 결단이 맞아 떨어진 결과였다. 최 사장이 심어 놓은 '공부 DNA'는 LCR사업부에 스스로 연구하고 사고하는 문화를 자리잡게 했다. 회사 내 박사 인력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삼성전기 내 박사 인력은 전체 임직원 수(약 1만2000명)의 4%에 해당되는 500명에 달한다.

최근 최 사장은 MLCC에서 쌓은 성공 노하우를 전자가격표시기(ESL)·터치센서모듈·박막인덕터 등 신성장 사업으로 옮겨 심고 있다. 스마트폰 성장 둔화로 인한 실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돌파구 마련이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그는 사물인터넷의 전초기지격인 ESL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ESL은 매장에 진열된 상품의 가격과 재고 등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보여 주는 기기다. 최 사장은 이 사업을 4~5년 전부터 준비해 왔다. 최근에는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시장을 열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엔지니어를 영업 전선에 대거 투입 했다.

최 사장은 올해 ESL시장에서 2000억 원 매출을 달성하고 향후 3~4년 내에 조 단위 시장으로 키워낸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관련 시장 매출규모가 5000억 원 수준, 올해 25% 정도 시장이 성장할 것을 감안하면 30% 가량의 글로벌 점유율을 달성하겠다는 의미다.

한편 삼성전기는 지난해 4분기에 매출 1조7101억 원, 영업적자 359억 원을 기록했다. 연간실적으로는 매출 8조2566억 원, 영업이익 4640억 원을 기록해 매출은 전년대비 4%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0% 감소했다.

올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 최 사장이 다시 한 번 성공 신화를 재현해 낼지 주목된다.


◆ 최치준 삼성전자 사장 프로필

△1958년생 △1977년 명지고 졸업 △1981년 서울대 금속공학과 졸업 △1987년 KAIST 재료공학 박사 △1986년 삼성그룹 입사 △1991년 삼성전기 세라믹기술과 과장 △1992년 삼성전기 MLCC 팀장 △1995년 삼성전기 MLCC 기술자문 △2002년 삼성전기 MLCC 사업팀장(상무) △2007년 삼성전기 LCR 사업부장(전무) △2009년 삼성전기 LCR 사업부장(부사장) △2011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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