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3년도 연차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은행권 발행잔액은 61조1000억원으로 전년말 대비 9조원 증가했다.
이 가운데 5만원권이 7조9000억원 증가하면서 전체 은행권 발행잔액 중 66.6%의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년 말보다 3.7%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2000년 이후 은행권 권종별 발행잔액 비중을 살펴보면 2008년 이전까지는 만원권의 비중이 91~93% 내외를 유지했다. 하지만 2009년 5만원권이 발행되면서 만원권의 비중은 점차 줄어드는 양상이다. 은행권 발행잔액에서 5만원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28%에서 2010년 46%, 2011년 56%, 2012년 63%로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기존의 고액원이었던 만원권 수요가 5만원권으로 대체되고 있는 것이다. 만원권과 5만원권을 합한 고액권 수요는 2009년 말 93.7%에서 지난해 말 95.8%로 완만히 상승했다.
고액권 수요가 이처럼 증가하는 데 대해 한은은 5만원권의 최초 발행 이후 오랜 기간이 지나지 않아 기존 만원권과 자기앞수표 대체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 불확실성 확대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강화되고 저금리가 상당기간 지속되면서 경제주체의 화폐 보유성향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신원섭 한은 발권국장은 "고액권 수요는 전 세계적으로 늘고 있다"면서 "저금리 탓도 있으나 리먼브라더스 파산 등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시스템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유동성이 큰 현금을 보유하려는 수요가 증가한 것의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고액권 중심의 화폐수요 증가는 주요 국가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각국의 은행권 발행잔액 중 고액권 비중을 살펴보면 지난해 말 미국은 83.4%, 유럽과 일본은 각각 90.4%와 95.1%로 조사됐다. 캐나다는 2012년 말 기준으로 67.3%였다. 이들 국가 모두 2008년 이후 고액권 비중은 꾸준히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