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선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은 27일 기자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건설하도급 지급보증제도’를 폐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다만 부도 위험이 없고 신용등급의 좋은 건설사에 대해서는 지급보증으로 인한 보증 수수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면제 등급 범위를 조정하겠다는 계산이다.
이에 따라 폐지로 가닥을 잡은 하도급 지급보증 면제 자격 조건이 현행 A°에서 AA등급 이상의 건설사에 적용될 전망이다.
건설하도급 대금 지급보증제도는 건설경기 침체의 영향 등 우량업체가 파산하면서 수급사업자에게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다.
따라서 원사업자인 건설사들은 하도급 계약 시 전문건설공제조합에서 지급보증을 받도록 하고 있다. 신용등급이 우수한 우량기업에 대해서는 면제 범위가 설정돼 2개 이상의 신용평가기관에서 ‘A°’ 이상의 등급을 받으면 지급보증 대상에서 제외된다.
때마침 최근 5년간 지급보증을 면제받은 대형 건설사 중 고려개발과 삼호, 삼환기업 등 3곳이 부도를 내면서 수급사업자들이 피해를 입는 문제가 불거져왔다. 신용이 우량한 경우에도 건설경기 여파가 부도로 이어지면서 면제 범위에 대한 폐지로까지 검토돼 왔다.
이처럼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영향으로 신용등급이 높은 건설업체도 대금을 제때 못 주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공정위는 신용등급과 무관하게 모든 건설사가 지급보증을 받도록 안을 세운바 있다.
특히 국토건설부가 지난 2월 건설산업기본법상 지급보증 면제규정을 폐지하는 등 8월 시행을 앞두고 공정위도 동일한 행보를 할 것으로 예측해왔다.
그러나 최근 규제완화에 대한 범정부적인 목소리가 높아지고 대형 건설업계가 지급보증이 부담스럽다며 폐지를 요구하는 등 규제로 지목하는 상황이다. 그러면서도 현실적인 측면을 반영해 면제 대상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에는 긍정적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예컨대 BB등급의 건설사가 30억원 규모의 하도급 계약을 체결하면 지급보증으로 4800만원 가량이 보증 수수료로 들어간다. 원사업자들은 가뜩이나 건설경기가 안 좋은데 이마저도 규제의 일환으로 부담이 된다는 하소연이다.
반면 중소하도급업체들은 지급보증제도의 면제 대상 규정을 폐지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중소하청업체들의 피해가 늘어날 가능성이 큰 만큼 지급보증 면제를 폐지해 우량기업의 부도로부터 수급자를 보호해달라는 게 이들의 한 목소리다.
신영선 공정위 사무처장은 “건설하도급 지급 보증을 완전 폐지할 수는 없다”며 “그러나 신용등급이 좋은 회사까지 지급보증을 의무화하는 것은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고 수급사업자 입장에서는 돈을 떼이면 안 되니까 지급보증을 설정해줘야 한다. 양 측면을 다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적정한 면제 범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 지 검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